“교육생은 모두 농부사장님” 6차산업 열기 가득한 쌀빵 아카데미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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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07:32  |  수정 2017-06-27 07:32  |  발행일 2017-06-27 제12면
■ 경북농기원 실습현장 가보니
“교육생은 모두 농부사장님” 6차산업 열기 가득한 쌀빵 아카데미
지난 23일 대구 서구 평리동 DO 실습장에서 열린 경북도농업기술원 주최 ‘쌀빵 아카데미’에서 이경숙 대구공업대 교수가 참가자들을 상대로 쌀반죽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쌀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을 손날이 아닌 손바닥으로 눌러줘야 합니다.” 지난 23일 경북도농업기술원(이하 경북농기원)이 진행하는 ‘우리쌀빵 아카데미’ 실습장에서는 교육생 30여명이 이경숙 대구공업대 교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북 각지에서 온 남녀노소 교육생 35명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공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았다. 일부 교육생은 강의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열성을 보였다. 서너 시간의 제조과정을 거쳐 나온 쌀빵은 바로 판매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쌀은 밥이라는 고정관념 탈피
쌀가루 제품군 시장성 타진
더애플 창업자 김영숙 대표 등
참가자 대부분 만만찮은 실력파

경북농기원은 ‘쌀=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쌀가루산업에 기반을 둔 쌀빵 제조기술 보급을 위해 지난해부터 쌀빵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시행 첫해에만 교육생 849명을 배출했으며, 올해도 1천416명이 참여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도 식빵·핫도그·단팥빵·머핀·초코칩쿠키·카스텔라·쿠키·케이크·크랜베리빵 등 쌀을 원료로 만들어 보고 시장성을 타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교육생이라는 명칭과 달리 참가자 대부분이 제작과정에서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교육을 진행하는 원민정 경북농기원 농촌지도관은 “이번 교육과정에 참가한 분은 모두 농부사장님”이라면서 “쌀빵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각자 종사하고 있는 6차산업 관련 분야에 쌀을 접목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동에서 온 김영숙씨는 이미 6차산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안동에서 수십 년간 사과농사를 지어 오다 벤처기업 ‘더애플’을 창업한 김 대표는 ‘생산(1차)→가공(2차)→판매(3차)’라는 6차산업 방식을 접목해 달사과파이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대만의 펑리수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달사과파이는 김 대표가 직접 생산한 사과잼을 재료로 만든 케이크다. 김 대표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든 달사과파이의 생산 확대를 위해 교육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달사과파이처럼 자체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해 사업화에 성공한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천의 덕유당 한과는 체험형 농가맛집이라는 콘셉트로 한과 제작과 판매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미순 대표는 “쌀가루로 만드는 한과의 맛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교육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청송사과쌀찐빵으로 유명한 구남보 대표도 마찬가지다. 쌀과 사과라는 특산물을 가지고 만든 사과쌀찐빵은 밀가루에 쌀 10%를 보태 만들고 있다. 여기에 쌀가루를 더 첨가해 쫄깃한 맛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이번 교육에서 찾고 있다.

경북농기원이 주도하는 ‘여성일자리창출사업’과정에 참여한 후 가공과 판매까지 병행하는 농가기업은 250여개에 매출액만 200억원에 달한다. 농가당 8천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를 단순히 규모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동균 경북농기원 생활지원과장은 “농촌의 6차산업화는 기존 생산작물에 추가 소득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추가 비용 없이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촌 6차산업화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김영숙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돌아왔고, 의성 항아초를 생산하는 정다해 대표 역시 두 아들이 쌀식초 부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소득 경북농기원장은 “생산과 가공, 판매로 이어지는 농촌형 6차산업 유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농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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