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창에 소주 마시자” 지역 맞춤형 대사 배꼽잡아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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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  발행일 2017-06-27 제24면   |  수정 2017-06-27
■ 리뷰 딤프 개막작 ‘英 스팸어랏’
동성로 맥도날드, 김무성 캐리어 언급
뜬금없는 B급유머와 풍자에 관객 폭소
20170627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개막작 ‘스팸어랏’이 지난 23~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졌다. 이 작품은 딤프 공연에서 지역에 맞게 수정한 대사와 자막으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딤프 제공>

한마디로 유쾌했다.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스팸어랏’은 쉴 틈 없이 웃음을 터트리게 할 요소를 쏟아냈다. B급 유머다. 영국의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을 이야기하려는데 뜬금없이 핀란드 사람들이 등장하고, 아서왕을 그의 종 펫시가 코코넛 열매 껍데기를 부딪쳐 말발굽 소리를 내며 뒤따른다.

이 작품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성배를 찾는 과정은 뒤죽박죽이다. 아서왕은 성배와 전혀 상관없는 대구에서 뮤지컬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밑도 끝도 없지만, 대구를 배려한 장면이었다. 한 원탁의 기사는 편지를 받고 찾아간 성에서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동성애 코드를 담았다.

작품 전체는 즐거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출연 배우들의 노래와 안무는 시종일관 재치 있다. 호수의 요정이 무대에 올라 “내 배역 왜 이래”라며 노래하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원탁의 기사들과 헤어진 아서왕도 이상하게 우울해 보이지 않는다.

매우 영국적이어서 ‘한국 관객이 과연 웃을 것인가’가 이 작품의 관건이었다. 말장난이 적지 않아 영국인이 아니면 웃기 힘든 개그 소재도 있었다. 하지만 ‘현지 최적화’된 대사와 자막 덕분에 관객들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성배를 이야기하면서 “성주는 배보다 참외”라고 이야기했다.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김무성이 여행가방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캐리어 ‘노 룩 패스(No look pass)’를 패러디한 것이다.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동성로 맥도날드를 찾아가자”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막창에 소주를 마시자”라는 대사도 나온다.

한국과 대구 상황에 맞는 외국 배우들의 ‘차진’ 대사는 딤프로부터 의뢰를 받아 번역을 담당한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덕분이다. 딤프와 원 교수는 출연진에게 한국과 대구의 상황에 맞는 대사를 해달라고 권유했다. 자막에도 신경을 썼다. 출연 배우가 미국의 유명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말했을 때는 한국 뮤지컬 스타 ‘옥주현’을 자막으로 내보냈다.

노래 가사 중 ‘낮은 음으로 시작해 키스신으로 끝나는’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기존 뮤지컬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이 작품은 뮤지컬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아도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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