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서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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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07:55  |  수정 2017-06-27 07:55  |  발행일 2017-06-27 제25면
[문화산책] 서점 산책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찾아가겠는가. 또한 그저 지나칠 리 있겠는가. 알곡식을 발견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쌓여있는 쌀겨 속에서도 맛있는 알맹이를 찾을 수 있다. 방앗간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자주 찾아가는 참새는 살이 오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서점은 참새의 방앗간과 같다. 종이로 묶인 책 냄새는 쌓여있는 알곡들과 쌀겨의 냄새다. 밥때가 되었을 때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오는 식당 앞을 지날 때처럼, 길을 가다가 서점을 발견할 때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낀다. 활자를 먹어야 활발하게 도는 피가 ‘들어가자’고 부추긴다.

사는 동네에 두 곳의 서점 가운데 한 곳이 사라졌다. 몇 년 되었다. 남은 서점은 좀 큰 규모였고, 사라진 서점은 그보다 작았다.

나는 그 작은 서점에 가곤 했다. 큰 서점에는 직원이 여러 명이었는데 작은 서점에는 주인 혼자 있었다. 물론 책이 많지 않아서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주문하면 되었고, 구경하다가 시사 잡지라도 한 권 사서 나오곤 했다.

이제는 서점이 한 곳뿐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책의 절반이 학생들의 참고서지만 무엇보다 ‘시집 코너’가 있는 것이 반갑다.

출판사별로 다 갖추지는 않았지만 신간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고 커피도 있어서 찾아가면 한 시간은 족히 놀다 온다. 물론 작은 서점에 갈 때도 이곳이 더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올초에 부도가 났던 출판도매상이 회생 중인 것 같다. 문제의 알짬은 유통의 구조 때문이지만 독서인구도 그 몫에 속한다.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점점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갖고 다니기 불편한 것 등의 이유로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종이책의 원료는 나무다. 산소를 내뿜는 나무를 생각하면 고민이다. 한 달에 나오는 종이책이 얼추 3천여 권이라고 한다. 좋은 책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무가 생각난다.

그럼에도 종이책의 매력은 뿌리치기 힘들다. 특히 공들여 만든 장정(裝幀)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그러니까 읽는 것에 앞서 그냥 책이 좋으면 어쩔 수 없다.

구경도 하고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에 끌려 서점에 간다. 인터넷에서 한 번에 검색할 수 있지만, 서점에는 냄새와 맛이 있다. 동네에도 서점이 있어야 한다. 자주 찾아가면 아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저녁나절, 선선한 바람이 불면 서점 산책에 나서본다. 아주 반가운 새 책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김한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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