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반듯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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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7   |  발행일 2017-06-27 제31면   |  수정 2017-06-27
[CEO 칼럼] 반듯한 어른들

지난주에 원주 <사>‘무위당사람들’의 몇 분이 무위당서화전 준비차 대구에 다녀갔다. 무위당사람들은 자칭 ‘무위당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지역에서 열리는 이번 서화전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글과 일생을 돌아보며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정신을 알리고 사회적경제정신을 되살리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무위당사람들’은 작년에 아주 작은 예산으로 마련한 작은 전시회에 ‘당신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어른의 전시회’라고 하면서 50대부터 70대, 80대의 어르신 회원 40여명이 개막식날 버스를 대절하고 와서 축하해주었다. 새벽부터 어르신들이 원주에서 출발해 대구에 도착, 개막식에 참여하고 당일 저녁 원주로 가는 모습을 본 우리는 그 열정과 연대의식, 자발적인 방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은 지금 그분의 그림은 모두다 생전에 한 번도 판 적이 없고 사연을 듣고 만난 분들에게 써 준 그림과 글이어서 거의 개인소유라고 한다. 그 개인소유인 작품을 전시회를 위해 모으고 전시하고 다시 가져다준다고 하는데, 마치 자신의 작품전시회처럼 자연스럽게 마음을 모은다.

올해도 무위당사람들은 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전시회에 또 작년처럼 버스를 대절해 일찌감치 오신단다. 지역에서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생산소비활동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파악해 작게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따스하고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고, 크게는 자신과 이웃과 지역과 온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하신 한살림운동의 시작인 그분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최근 들어 원주가 사회적경제의 메카로, 장일순 선생이 사회적경제운동의 어른으로 알려지면서 초대도 많고 방문객도 많지만 소소한 어떤 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분들의 배려와 정성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적은 예산으로 하고자 할 때 양보하고 지지해주며 최대한 마음을 모으는 모습이 참 따스했고 울림이 컸다. 또한 저렇게 평생을 마음에 품고 살 어른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도 컸다.

얼마 전에 다녀온 일본의 기타시바에서도 ‘훌륭한’ 지역 어른의 이야기를 들었다. 백정들의 인권선언으로 시작된 수평사운동이 시작된 곳으로 매우 가난하고 괄시받는 동네였던 이 지역에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먼저 나선 어른이었다. 이분은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은 너무 잘된 이야기만 하는데 현실은 더 답답하거나 실패한 이야기가 많으니 걸러들으라고 하면서 순탄치 않은 지역사를 이야기하셨다. 강의를 마치고 동네를 돌 때는 젊은 개구쟁이 같은 활동가가 우리를 안내하였다. 이 친구는 한 시간 남짓 돌면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아이, 아주머니, 어르신, 혹은 행인들 누구에게도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하는 백수 같은, 그러나 ‘주민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주민들의 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청년이었다. 마을 곳곳의 재생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이 청년은 우연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자기는 대표가 하시는 일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 반대를 하고 싶지 않단다. 왜 그러는지를 물으니, 그 어른의 언행일치와 헌신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조기퇴직하셔서 자신의 퇴직금 일부를 기부해 자기를 포함, 세 명의 젊은 친구들의 임금을 대주면서 이 자리까지 키워주었단다.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니 그분을 존경한단다. 존경과 신뢰를 담은 동지의식이 단체의 버팀목인 듯했다. 이러한 공감의 연결이 청년들의 도전의식과 맞닿아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져있는 소수들의 노력과 합쳐져 기타시바라는 지역을 활력있게 만든 것이다.

세계가 돌아가는 것은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 이뤄지는 것이 의외로 많다. 이러한 반듯하고 곧은 어른들의 존재감이 만드는 힘이 사람중심의 사회, 공동체경제로의 미래를 앞당기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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