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렬의 미·인·만·세] 삶의 온기를 담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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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8   |  발행일 2017-06-28 제30면   |  수정 2017-06-28
[김옥렬의 미·인·만·세] 삶의 온기를 담는 예술
요셉 보이스 작 지방의자(Fat chair).
[김옥렬의 미·인·만·세] 삶의 온기를 담는 예술
현대미술연구소 소장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인 시대를 꿈꾸는, 삶과 예술의 통합을 실천했던 대표적인 예술가를 꼽으라면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86)일 것이다. 그는 ‘온기조각’이나 ‘사회적 조각’으로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보이스의 온기조각이나 사회적 조각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과 촉각 등 모든 감각작용을 활용한 상호작용에 있다. 그는 조각적 개념에 대한 통념을 벗고 물질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조각에 대한 인식을 실천했다. ‘사회적 조각’에서 전제되는 것은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는 것이다. ‘온기’와 ‘사회’로 확장된 보이스의 예술개념은 삶에 대한 모순과 위기의식을 예술을 통해 변화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의지였다.

온기조각을 위해 보이스가 사용했던 재료는 유동적인 밀랍이나 지방 그리고 펠트였다. 온기조각은 사각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모서리를 채웠던 ‘지방모서리’로 처음 탄생했다. 그리고 직각의 모서리가 있는 의자에 지방을 채운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지방의자 (Fat chair)’다. 보이스는 의자의 모서리를 채운 매끄럽고 불규칙한 횡단면을 일종의 인간해부학의 표현이라고 한다. 소화기능이나 분비물과 관련된 따스한 과정의 영역, 심리적으로는 의지와 연관된 생식기나 흥미로운 화학적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또한 의자는 ‘자리’라는 권력으로 대변될 때도 있다.

지방은 따뜻하면 녹아내리는 유동적인 물질이다. 보이스는 생명의 에너지인 온기가 가진 힘을 ‘지방의자’에 담았다. 무형의 지방 덩어리가 모서리의 고정된 형태와 결합되면서 ‘카오스-움직임-형태’로 나타났다. 지방은 온기에 따라 고체와 액체로 변하는 잠재된 에너지다. 보이스는 돌과 광물이 빙하를 거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고체인 조각이라면, 뼈는 우유처럼 유기적으로 형성된 과정으로 축적된 결과물인 조소라고 했다. 이는 보이스가 온기조각으로 유동성을 통해 새로운 조각을 시도했던 근거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지방의자’는 온기와 냉기, 확장과 수축이라는 양극을 통합하면서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지방의자’의 지방질은 소화와 배설의 생물학적 작용과 유동적 물질의 변화과정에 참여하는 인간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렇듯 보이스의 온기조각은 물리적인 오브제이지만 삶과 예술이라는 역동성 속에서 사유의 결정체가 된다. 그것은 예술이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인 그 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온기조각이다. 살아있는 몸과 사고하는 정신을 통해 편견의 껍질을 벗고 같지만 다른 것을 보는 시선, 그것은 온기 담긴 예술로 가능해질 것이라는 믿음, 다시 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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