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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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9   |  발행일 2017-06-29 제30면   |  수정 2017-06-29
[취재수첩]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
이연정기자<경제부>

“아, 월급쟁이 못해먹겠다.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 매일 시달리는 직장 스트레스에 지친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해 봤음직한 말이다. 말로 내뱉지 않더라도 ‘아, 이런 아이템 팔면 잘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 정도는 해 봤을 테다. 사진 예쁘게 나오도록 인테리어 좀 잘하고, SNS로 홍보 열심히 하면 금방 사람들이 몰려들겠지, 주변 사람들의 맛에 대한 평가가 좋으니 이 정도면 식당 하나 내도 되겠지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영업자’ 타이틀을 달고 경제 생태계 구석구석으로 뿌리내리는 이들이 대구에서만 한 해 5만여명 선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역 신규 사업자 수는 2013년 4만6천여명, 2014년 5만70명, 2015년 5만1천여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이 크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대구에서는 3만5천명에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았다. 이들 세 명 중 한 명은 개업하고 채 2년도 버티지 못했다.

지난해 대구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22.6%)은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대구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높다. 인구 1천명당 사업자 수(95개)도 서울(104개) 다음으로 가장 많아, 과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돈을 많이 쏟아붓고 규모가 큰 매장을 열면 살아남는 ‘대마불사’식의 법칙이라도 적용되면 좋으련만, 자영업 시장에서는 속된 말로 먼저 가는 데 순서가 없다. 소비자들은 소득은 예전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다 보니 소비를 줄이고, 자영업자들은 매출 하락 탓에 빚을 진 채로 문을 닫거나 종업원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결국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아이템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이들은 결국 빛을 발한다는 것.

취재 중 만난 한 자영업자는 “창업 전 입지나 타깃 고객 등을 누구보다도 꼼꼼히 분석하고도 막상 창업 후 휘청이는 이들이 많다. 이는 창업자 본인의 자질에 대한 분석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취업시장에서 직무능력평가(NCS)가 스펙을 대신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획일화된 스펙이 아닌 실전 역량과 직결된 직무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직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 적응력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다.

자영업은 더이상 ‘장사나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덤빌 것이 아니다. 하나의 직업으로서 취업준비생과 같은 마음으로 개인의 역량부터 점검하고, 충분히 실전 경험을 쌓은 뒤 도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튼튼한 뿌리가 땅에 곧게 내려야 지역 경제도 파릇파릇한 잎이 돋아날 수 있다.
이연정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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