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아듀, 제왕적대통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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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9   |  발행일 2017-06-29 제30면   |  수정 2017-06-29
[차명진의 정치풍경] 아듀, 제왕적대통령제

1987년 6월 항쟁 이후 모두 7명의 문민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는 다르다”고 공언하며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5년이 끝나갈 무렵이면 하나같이 치명적인 리더십의 결함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좌충우돌식 대통령 노무현, 불도저식 토목공사 대통령 이명박, 불통과 비선통치의 대통령 박근혜 등등의 평가가 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비리가 철철 넘치는 사람들을 장관후보로 임명하는 인사사고(!)가 연거푸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의 법칙을 무시한 채 세금으로 일자리 몇 개 만들고 최저임금 얼마, 비정규직 제로 등등 정부가 바람몰이하는 것만으론 청년실업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얘기해도 돌아오는 것은 ‘대선불복’이라는 비난뿐입니다.

우리가 뽑는 대통령마다 리더십의 결함을 드러내는 이유는 뭡니까?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거나 5천만 국민이 눈이 멀어서 인격결함자들만 당선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대통령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신의 경지는 아닐지라도!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의 작동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세상의 모든 정보와 권한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겸손한 사람도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개미 한 마리의 움직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공위성이라고 해 봐야 격렬한 몸짓을 하는 남녀가 연인 사이인지 치한인지 알 수도 없음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대통령으로 들어가 나쁜 대통령으로 나오게 만드는 청와대라는 악마의 성의 비밀입니다. 세종대왕이 그 자리에 있어도 견뎌내기 힘들 것입니다.

마침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헌을 한다고 하니 대통령 권한을 줄이든지 아예 없애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탑 위에서 과감하게 번지점프를 해야 합니다. 꿀이 막 쏟아지는 임기 1년차인데 가능할까요?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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