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제일모직 터’ 대구삼성창조캠퍼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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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30   |  발행일 2017-06-30 제38면   |  수정 2019-03-20
삼성의 역사 위에 미래 경제가 공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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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자기숙사 건물은 미술공방, 창작작업실, 음악실, 카페 등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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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일모직 본관건물은 삼성의 역사를 재현하는 ‘창업기념관’으로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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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창업의 모태, 인교동 ‘삼성상회’를 해체하여 그대로 복원하였다.

대구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로벌 기업 ‘삼성’의 탄생지가 바로 대구라는 사실이다. 달성공원 건너편 인교동 ‘삼성상회’, 침산동 ‘제일모직’의 터와 옛 건물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빈 터와 남겨진 옛 건물들에서 삼성의 역사를 알고 창업정신을 반추한다는 것은 곧 미래 경제를 향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역 굴다리를 지나서 대구시청별관(옛 경북도청)에 이르는 중앙대로 왼쪽에 제일모직이 있었다. 넓은 빈터와 푸른 담쟁이가 덮인 옛 건물들이 과거의 흔적이었다. 이 흔적이 없었다면 지금의 삼성은 알아도 삼성의 모태 옛 제일모직과 삼성상회는 잊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옛 흔적이 살아나고, 옛 건축이 다시 세워지고, 창업정신이 새롭게 일깨워지기를 기대한다.

1954년 제일모직이 태동한 침산동 터
95년 구미공장과 통합후 그동안 방치
올 3월 문화·창업 복합 캠퍼스 재탄생

아틀리에 존으로 거듭난 여자기숙사
삼성 역사 담은 창업기념관이 된 본관
근대건축 복원 재생…관광브랜드 가치



◆대구삼성창조캠퍼스

지난 3월 ‘대구삼성창조캠퍼스’가 완성됐다. 삼성이 900여억원을 투자해 옛 제일모직 터에 19개 건물로 조성됐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삼성과 함께 가장 먼저 실행한 곳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정국이 바뀌어 완공식도 미뤄졌고 따라서 널리 알려지지도 못했다.

2008년 제일모직 부지 서편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됐다. 삼성은 제일모직의 땅에 건물을 지어서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이를 계기로 대구는 오페라 뮤지컬 공연도시를 브랜드화했다. 오페라하우스와 연결하는 정문 앞길은 이병철 회장 아호를 따서 ‘호암로’로 명명했다. 단지의 남측 정문을 들어서면 ‘삼성상회’와 ‘창업기념관’이 좌우에 있으며 이를 ‘삼성존’이라 일컫는다. 커뮤니티존 광장 중심에 우뚝 솟은 공장 굴뚝은 산업화시대의 역사를 담은 상징조형물이다.

출발 당시 명칭은 ‘대구창조경제단지’였으나 ‘대구삼성창조캠퍼스’로 바뀌었다. 대지면적 9만199㎡(2만7천285평), 건물연면적 4만3천40㎡(1만3천20평) 규모로 4개의 구역으로 조성됐다. ‘삼성존’은 삼성상회를 복원하고 옛 본관건물은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해 삼성의 역사와 시간을 보존한다. ‘창조경제존’은 미래창업을 향한 새로운 첨단오피스 4개동으로 이루어진 영역으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벤처창업기업 30여개가 입주했다. ‘아틀리에 존’은 과거 여자기숙사 4개동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커뮤니티존’에는 시민공원과 주민문화센터공간으로, 공원 주변에는 편의시설·쇼핑공간으로 조성됐다.

◆삼성상회의 건축

인교동 삼성상회는 1938년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올라와 3만원으로 시작한 첫 사업이다. 당시 배고픈 서민의 끼니 해결을 위해 제분 제면기로 ‘별 세 개(삼성)’ 브랜드 ‘별표국수’를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삼성의 탄생이다. 일본, 중국으로 농산물 무역업과 대구에서 번 돈 3억원으로 부산에 제일제당을 설립했고 1954년 대구에 제일모직을 세웠다.

지하 1층 지상 4층 높이 13m의 목구조 삼성상회는 2·3층은 독립형 창이며, 1·4층은 개방형 창문형태로 세련된 근대 디자인을 보여준다. 붕괴위험으로 1997년 9월 해체되며 보관했던 자재를 이용, 원형대로 복원했다. 아직 미개관이라 내부구조와 공간을 살필 수 없다. 인교동 옛 터는 소공원으로 조성되어 삼성상회 옛 모습을 축소한 조형입면이 자리를 하고 있다.

복원된 건물에는 과거의 한문 간판을 그대로 내걸고 있고 촬영장 세트처럼 70년의 과거시간으로 되돌리고 있다. 2010년 2월 호암 탄신 100주년을 맞아 오페라하우스 마당에 호암 동상을 세웠다. 동상은 삼성상회 복원과 아울러 건물 곁으로 옮겨졌다.

◆제일모직의 건축

1954년 이 땅에 제일모직을 세웠고 현재의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의 출발됐다. 1995년 대구공장이 구미공장과 통합돼 이전하면서 그동안 빈 땅으로 남아있었다. 다행히 창업회장이 사업을 일으킨 땅에 60여년이 지난 지금, 과거와 현재,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창조경제단지로 재탄생됐다. 창업의 땅에 기념관과 역사관을 기초로 문화와 창업 마스터플랜의 캠퍼스를 구축한 것이다.

◆여자기숙사 건축

건축적 의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기숙사다. 동쪽 중앙대로에 면하여 담쟁이로 둘러싸인 2층 건물 5개동은 60여년동안 제일모직과 삼성의 과거를 묵묵히 말하고 있다. 1960~70년대 섬유산업의 역군은 시골에서 올라온 여공이었다. 일하면서 산업체 야학을 다니고 집안 생계를 꾸리며 동생 학비를 감당하는 가장이었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기숙사는 지나간 산업시대와 삼성의 과거를 말하는 역사관이며 도시 건축관이다. 옛 기숙사는 원형과 고풍스러운 외관을 잘 유지하며 리모델링했다. 전체적으로 철골구조로 보강하여 현대적 아틀리에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미술품 공예품을 제작 판매하는 공방과 창작작업실, 음악창작실, 카페 등 문화공간이 입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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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건축

1956년 본관이 준공됐다. 이 자리에 있었던 본관건물을 재생해 ‘창업기념관’으로 붙였다.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 복원과 함께 제일모직과 삼성의 탄생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창업기념관과 연결해 삼성홍보관과 디지털프라자도 계획되어 있지만 아직 미개관이다.

창업기념관은 전형적인 근대건축의 입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정면 캐노피가 있는 좌우대칭 2층 건물은 근대 본관건물의 전형이라 하겠다. 수직 길이를 강조한 창문과 수직 루버 벽면이 정면성을 강조하며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지만 기업의 품위를 나타내는 대구의 근대건축물이다. 설계자와 시공에 대한 고증기록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과거의 시설을 보존하며 공간을 개조하는 근대건축 리노베이션 사업들은 대개 단일건축이다. 이제는 도시 안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도 거의 없다. 건축의 복원 재생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 문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프로젝트는 도시공간적, 건축박물관적 의미를 갖기에 대구의 관광브랜드로 내세워야 할 것이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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