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비트코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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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1   |  발행일 2017-07-01 제23면   |  수정 2017-09-05
20170701

2010년 5월18일 저녁,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에 사는 어느 네티즌이 “1만 비트코인(Bitcoin)과 피자 2판을 바꾸자”는 제안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닷새가 지나 그의 집에 맛난 파파존스 피자 2판이 배달되었다. 이것이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의 역사적인 첫 거래가 되었다. 이 피자 2판의 가격을 금년도 비트코인 최고가로 환산하면, 놀라지 마시라, 무려 489억원이나 된다. 불과 7년 만에 500만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가면 비트코인 ATM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자신의 전자지갑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팔려는 비트코인의 액수를 입력하면 즉시 현금이 되어 나온다. 얼마 전 악성코드 ‘랜섬웨어’의 배포자도 데이터를 잃지 않으려면 비트코인을 지불하라고 협박을 했다. 그게 아니라도 요즘 비트코인 덕분에 “대박이 났네, 쪽박을 찼네” 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이 난리일까.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네이버 캐시처럼 실제 돈은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료 등을 결제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발행주체나 관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지갑파일 형태로 저장이 된다. 이 지갑에는 은행 계좌처럼 각각의 고유주소가 부여되며, 그 주소를 바탕으로 보관, 입금, 송금 등의 각종 거래가 이루어진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천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공개 장부에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되며, 다시 그것을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모든 지갑에 인증하고 전파한다. 따라서 위조나 해킹이 불가능하며 거래의 안전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의 장점은 익명성이다. 그러나 그 익명성 때문에 도박, 마약, 포르노 등 인터넷 불법거래에 사용되기도 한다. 해당 사이트에 입금을 하는 방법은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결제가 보통이지만, 이는 모두 추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일체 확인이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북한과 이란 같은 금융제재 국가에서 비트코인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방법은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장비를 가지고 채굴(採掘)하는 것이다. 마치 땅속에서 금을 캐는 것과 같다고 그렇게 부르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다음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밖에도 오프라인의 ATM을 통해 구매하는 방법도 있으며, 개인 간의 P2P 거래를 통해 살 수도 있다.

이 비트코인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금세기 최고의 역작(力作)”으로 높이 평가한다. 웹브라우저의 창시자 마크 안드리센은 “금융체제의 재창조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밖에도 “8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같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한껏 더 나가는 이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 형성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최대 30% 이상 비싸다. 보유한 수는 적은데, 찾는 수요가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한국인의 투기성향 때문일까. 암튼 비트코인의 가격 널뛰기는 가히 못 말리는 수준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투자라기보다 투기에 가깝다. ‘일확천금도 좋지만, 알고나 투자하자’가 결론이다. 노병수 전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이은경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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