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아이는 아이다

  • 최은지
  • |
  • 입력 2017-07-03 07:46  |  수정 2017-07-03 07:47  |  발행일 2017-07-03 제18면
“생김새·언어·옷이 달라도 놀이와 몸짓으로 서로 소통”
20170703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2013년이니까 벌써 4년이나 지난 것 같습니다. 우연히 컴퓨터 속 사진을 정리하다가 의미 있는 사진 몇 장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사진을 통해서 그때 그 순간으로 잠시 시간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구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을 다녀올 생각이 없냐는 대구교육대학의 요구(대구경북의 베트남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마 혹은 아빠나라를 방문하는 프로젝트였다)에 아무 고민 없이 당연히 간다고 하였습니다. 교육대학부설초등에서 근무하면서 싱가포르, 대만, 일본, 중국, 베트남 등 각국 교육대학 자매학교들의 본교방문 업무를 도맡아 했기에 ‘드디어 나도 한번 가보겠구나’라는 생각에 두말없이 간다고 하였던 것 같습니다.

베트남 방문을 위한 사전 협의 때 다문화센터 교수에게서 베트남에서 1시간가량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다문화 아이들과 베트남 아이들을 모아 임시학급을 만들고서 그 학급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공개수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어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냥 쉽게 간다고 한 것이 너무나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공개수업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안고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韓·베트남 초등생‘마시멜로…’수업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웃고·고민
나라는 달라도 아이들 동심은 같아


첫날, 대구경북 초등학생과 멘토 대학생들, 그리고 센터장과 연구원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경유지였던 호찌민시에서 하루를 묵고 6시간을 달려 껀터시(베트남 껀터대학과 자매교류였다)에 도착했을 때 메콩강의 흙탕물이 나를 반겼습니다. 관광쯤으로 여기고 시작한 베트남 방문은 긴 이동과 별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대학 방문 등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공개수업 부담으로 가슴만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3일째 되는 날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조금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미술수업과 음악수업을 참관하며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수업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참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애쓰고 있고,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간놀이(그들은 체조시간이라 불렀다)시간이 되자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운동장이 없는 교실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이 질서를 지키며 줄을 서고 체조를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이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까지 오침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엔 이러한 일정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실제로 나도 모르게 2시까지 자고 있는 내 모습에 기후라는 것이 생체리듬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준비하였던 수업을 꺼내 들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라는 것을 극복하고 과연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준비한 수업은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STEAM 수업의 하나였습니다. 과학, 공학, 기술, 예술, 수학을 결합한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많은 언어가 필요 없이도 충분히 놀이와 몸짓으로 가능할 거란 생각에 준비한 것입니다.

아이들(우리나라 초등학생 14명과 베트남 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학급)은 매우 신기해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베트남 교사와 우리나라 대학생 멘토·통역까지도 모둠의 마시멜로를 높이 쌓아올리기 위해 애달파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물론 의사표현의 한계로 몇 가지 규칙은 전달되지 않아 무질서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진 수업이었습니다.

수업이 끝이 났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수업을 마치고 느낀 것은 베트남이든 우리나라든 ‘아이는 아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생김새가 다르고 옷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두 나라의 아이들은 서로 같은 순간에 웃고, 같은 것에 고민했으며, 같은 것에 아쉬워했습니다. 그건 아이들만의 동심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아이들의 동심은 아이들의 특권임을 다시 한 번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초딩’이라는 말을 합니다. ‘초딩’은 아마 초등학생을 낮추어 말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개념이 없다’ ‘버릇이 없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그 아이를 가만히 오랫동안 바라보라고. 그럼 그 아이의 동심 어린 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동심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원구<대구포산초등 교사>

☞마시멜로 챌린지=스파게티면으로 구조물을 쌓아 마시멜로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높이 쌓기 경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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