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경북 유권자가 대접받는 선거가 온다

  • 김진욱
  • |
  • 입력 2017-07-03   |  발행일 2017-07-03 제31면   |  수정 2017-07-03
[월요칼럼] 대구·경북 유권자가 대접받는 선거가 온다

지난달 28일 영남일보를 방문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로부터 들었던 얘기 중 기억나는 건 두 가지다. 둘 다 대구와 관련됐다. 우선 그는 남은 정치인생을 대구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 전셋집을 얻어, 주말에는 대구로 와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대구를 지역적 기반으로 해서 다음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오래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을 앞뒀을 때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국회의원을 할 때, 지역구를 서울에서 대구로 옮길 수 있다고 당시 홍준표 의원 측이 내게 귀띔했다. 대선에 도전하려면 튼튼한 지역기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함께했다. 그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녀 대구와도 인연이 깊다. 어쩌면 홍 전 도지사는 그때 못 이룬, 대구를 지역적 기반으로 한 대선 출마를 이제 준비하는 것 같다.

필자가 더 솔깃했던 홍 전 도지사의 말은 내년 대구시장 선거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대구시장 선거에 이기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구시장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1천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3%로 가장 높았다. 바른정당은 18%로 자유한국당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정의당 5%, 국민의당 4%였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환경이 대구에 조성된 것이다. 홍 전 도지사가 말한 특단의 조치가 무엇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대구발전을 위한 자유한국당 차원의 지원책은 기본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도 대구·경북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략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대구·경북과 연고가 있는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명이 참가하는 대구경북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연 것이다. 예전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대구·경북에 공들이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지역 민심은 닫혀 있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그걸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구·경북도 이제 두드리면 열리는 곳이 됐다. 지역민심을 얻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발전전략은 예전보다 훨씬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바른정당에도 대구·경북은 놓쳐서는 안 되는 지역적 기반이다.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과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 모두 대구 지역구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과 강대식 대구 동구청장도 바른정당 소속이다. 현역 지방의원도 적지 않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서 입지를 넓혀야 한다.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지원책은 필수다. 국민의당, 정의당도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대구·경북을 놓고 벌이는 정책 대결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던 예전에는 유권자는 뒷전이었다. 출마자들은 공천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태만 보여왔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 대구·경북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정치 구도에서는 공천권자가 아닌 유권자가 대접받는 일이 생긴다. 유권자가 대접받는다는 것은 출마자들이 선거 때뿐만 아니라 당선된 이후에도 유권자 위에 군림하지 않고 건성으로 대하지 않으며 섬길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내년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정당 간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표를 주지 않거나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아도 표를 몰아주는 예전과는 달리 지역발전을 위한 진지한 정책대결, 인물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내년에는 유권자가 대접받는 선거, 그래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대결을 벌이는 선거,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가 없는 선거, 그런 선거를 대구·경북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궁금해진다.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