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동남권 대망론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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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4   |  발행일 2017-07-04 제30면   |  수정 2017-07-04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두고
동남권 도지사 배출 주장
가능성이 없지야 않지만
특정 지역 배제는 명분 약해
대망론 한여름 밤 꿈 될 수도
[화요진단] 동남권 대망론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대선은 TK지역에 큰 정치적 충격을 안겨줬다. 대선이 끝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정치적 상실감을 호소하는 지역민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 탓에 상실감을 치유하고 TK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경북도는 김관용 도지사를 대신할 새로운 수장을 선택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내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 동남권-중부권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포항을 중심으로 차기 경북도지사는 동남권(포항, 경주, 영천, 영덕, 울진, 울릉)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른바 ‘동남권 대망론’이 등장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동남권에서는 경북도지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동남권 인구는 6월 말 현재 100만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경산까지 동남권에 포함하면 경북도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된다. 동남권 외 지역 출신 2명(이의근-청도, 김관용-구미)이 도지사를 역임했거나 지내고 있다. 경북도청은 지난해 북부권인 안동·예천지역으로 이전했다. 경북도청을 기준으로 동남권 중심도시인 포항, 경주는 교통 오지가 됐다. 이런 연유들이 동남권 대망론 등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포항에서는 이미 동남권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인사는 단일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한다. 자유한국당 박명재·강석호 국회의원의 출마가 예상되지만,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은 상태다. 바른정당 소속 박승호 전 포항시장의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겠지만 동상이몽이다.

동남권 대망론은 일견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세로 이어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동남권 대망론의 기저에는 구미 출신인 김관용 도지사가 3선 12년간 도정을 맡았는데 다시 중부권(구미, 김천 등)에서 도지사를 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반발심이 깔려있다. 중부권에서는 남유진 구미시장과 자유한국당 이철우 국회의원(김천)의 출마가 예상된다. 특정지역 출신이 또 도지사를 하면 안 된다는 단순한 명분으로 동남권 외 지역 도민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 동남권 대망론을 대세로 만들려면 특정지역 출신은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도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선거다. 차기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정책이 대안 없이 현실화되면 원전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경주, 울진, 영덕지역은 세수 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경제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어렵게 추진되고 있는 대구공항 이전 문제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 6월 국민투표로 부쳐질 개헌안에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대폭 이양된 실질적 지방분권 내용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 대구·경북이 지방분권을 주도해온 만큼 그 책임은 막중하다. 유사 이래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TK지역의 정치적 활로도 개척해야 한다.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최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취임 3주년 성과 기자회견에서 “차기 경북도지사는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꿈을 가진 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말에는 김 도지사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경북도지사라는 자리의 엄중함이 배어있다. 차기 도지사는 현재의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시대적 소명을 충실히 받들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명분 없는 동남권 대망론은 한여름 밤의 꿈과 같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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