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한국당을 보는 두 개의 불편한 시선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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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5   |  발행일 2017-07-05 제31면   |  수정 2017-09-05
20170705
박상병 정치평론가

이렇다 할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압도적 표차이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 달 만에 당 전면에 복귀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친박 색채가 엷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며 어느 정도의 정치력까지 겸비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홍준표 새 대표는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으니 지금의 당 위기 국면에서는 ‘최적’이라는 평가도 나올 법하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단순한 위기 국면을 넘어 당의 존폐를 걱정할 만큼 국민적 관심 밖에 있다. 당이 보유하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엄청 많지만 그 자산을 지키고 확대시킬 수 있는 동력은 거의 소진된 상태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지율이야 그때그때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니 잘하면 얼마든지 오를 수도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체제의 ‘새로운 비전’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그런 비전을 만들기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이것이 홍준표 대표체제의 결정적 한계이며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비극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홍준표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낯익은 글귀를 인용하면서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역설했다. 그리고 외부인사들로 ‘혁신위’를 꾸려서 인적, 조직, 정책 혁신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제대로 된 혁신만 이뤄낼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 대표가 말한 그 혁신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여전히 알기가 쉽지 않다. 아니 혁신의 내용을 안다 치더라도 그 말을 믿기는 더 어렵다. 상황 돌파를 위한 하나의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세 가지의 결정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첫째, 지역적으로 영남,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에 갇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될 정도이다. 둘째, 세대적으로 60대 이상의 노령층에 지지층이 집중돼 있다. 새로운 비전을 설계하고 미래를 역설하기엔 한계가 너무 크다. 셋째, 이념적으로 ‘강경 보수’의 덫에 빠져 있다. 거기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가치를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불행하게도 홍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지금 이 세 가지의 딜레마를 한꺼번에 껴안고 있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홍준표 대표체제가 혁신하고 쇄신할 수 있겠는가. 혁신은커녕 점점 그 딜레마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마저도 버리면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참으로 불편한 시선이다.

둘째는 자유한국당이 존폐를 걸고 택한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과 품격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다. 어느 조직이든 결정적 패배 후에는 ‘리더십 교체’가 상식이며 원칙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와 그 후의 역대 최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리더십 재활용’을 선택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하겠지만 이는 국민의 눈높이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홍 대표의 상징처럼 돼버린 ‘특유의 언변’과 ‘편협한 사유체계’ 그리고 종잡기 어려운 행보 등은 국민의 신뢰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를 선택한 것은 쇄신과 혁신보다 ‘지금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 혁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두 개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정부와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지금의 다당체제를 사실상 ‘양강체제’로 복귀시키는 일이다. 이렇게만 되면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다수의 국민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것이며, 그럴 경우 자유한국당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참으로 고약한 셈법이다. 정말로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이 길로 가는 것일까. 정치학자도 가끔은 정치가 싫어질 때가 있다.

임성수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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