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패션

  • 김수영
  • |
  • 입력 2017-07-07   |  발행일 2017-07-07 제40면   |  수정 2017-09-05
샤넬부터 지미추까지…‘한 끗 차이’ 명품의 성찬
20170707

2006년 개봉 당시 패션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지난 5월 다시 극장에 올랐다. 당시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이 선보였던 냉정하기 짝이 없는 패션 잡지 편집장의 연기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 차가워 보이지만 두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비치는 등 살짝살짝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 역시 관람객들의 큰 공감을 자아냈다. 등장인물 각각의 꿈과 사회인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 이면의 심리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계의 생리를 잘 그려낸 영화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를 무대로 펼치는 이야기인 만큼 이 영화에서 ‘패션’이라는 요소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볼거리이다. 영화 속 주인공 ‘앤드리아’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가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의 비서직에 점차적으로 적응해가며 변해가는 세련된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회의 중 터뜨린 그녀의 실소를 한껏 비꼬며 미란다가 날린 일침 또한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패션계의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에 실존 인물도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계의 역사에 대해 알며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욱 커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한층 더 이해가 빠른,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패션 지식을 알아보자.


패션誌 취업 사회 초년생 고군분투기
촌뜨기서 패션에 눈 뜨는 과정 볼거리
셀룰리안 블루 등 패션 역사 재미 더해

프라다 외에도 숱한 유명 브랜드 등장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다양한 액세서리
“신는 순간 영혼을 판 거”란 지미추 킬힐



◆악마는 프라다를, 앤드리아는 샤넬을 입는다

회사에서 ‘빌린’ 옷들로 화려한 변신을 한 앤드리아.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빌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영화는 영화다. 앤드리아의 화려한 변신으로 그녀를 무시하던 직장 동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으니 보는 이들에게는 꽤 통쾌한 연출이었다. 더욱이 이 중요한 장면에서 그녀가 걸친 옷이 샤넬 제품이란 사실은 다소 놀랍다. 샤넬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위드 재킷, 그리고 무릎 위로 올라오는 사이하이 부츠가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앤드리아가 수시로 하고 나오는 길다란 진주 네크리스 이외의 모든 액세서리 또한 샤넬 제품으로, ‘앤드리아는 샤넬을 입는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품 속에서 그녀는 샤넬을 사랑하는 듯 하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와 미란다의 모티브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 사이라는 점이다.

◆미란다의 모티브는 ‘보그’편집장 안나 윈투어

20170707
미란다의 모티브가 된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원작 소설작가, ‘로렌 와이스버거’는 실제 보그에서 안나 윈투어의 비서직을 맡은 적이 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을 리메이크한 셈이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전 세계 패션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안나 윈투어의 심기를 우려한 나머지, 다수의 디자이너와 패션계 종사자들이 영화 출연을 마다했다는 에피소드는 영화 개봉 전부터 유명했다. 한편 안나 윈투어를 재조명한 또 하나의 영화인 다큐멘터리 필름, ‘셉템버 이슈’를 보면 그녀의 성격이 정말 미란다와 같은지는 알 수 없지만 안나 윈투어의 영향력과 그녀가 실제 하는 업무 등은 상당히 비슷하다. ‘셉템버 이슈’는 영화를 보고 패션업계에 관심이 생긴 이들이 한번쯤 같이 보면 좋을 만한 영화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시사회에 실제로 프라다 제품의 옷을 걸치고 나타나는 센스를 보여준 안나 윈투어. 그녀가 ‘미란다’ 모티브임을 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

◆2002년 입생로랑의 컬렉션

밝은 청색 또는 짙은 하늘색을 뜻하는 푸른 계열의 셀룰리안 블루는 영화에서 앤드리아가 첫 출근을 할 때 입고 나왔던 스웨터 색상이다. 벨트의 디테일을 얘기하며 진지하게 콘셉트 회의를 진행하던 미란다와 팀원들에게, 그것을 대수롭지 않은 물건쯤으로 여기는 뉘앙스인 ‘stuff’라 칭한 앤드리아. 경솔한 그녀의 행동에 미란다는 따끔하게 충고한다. 충고 속에서 잠시 미란다는 2002년 입생로랑의 셀룰리안 블루 컬렉션을 언급하는데, 실제로도 2002년 입생로랑의 쿠튀르 컬렉션은 천재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의 마지막 은퇴 쇼였다. 셀룰리안 블루뿐만 아니라 그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르 스모킹 수트, 패션에 아트를 가미한 매력을 지닌 몬드리안 룩 등 그동안 입생로랑이 선보였던 모든 패션의 진수가 담긴 것이 바로 미란다가 언급한 2002년 입생로랑 컬렉션. 앤드리아가 입었던 스웨터 색상에서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떠올려낸 미란다의 프로다운 면모는 역시 패션계의 거물다운 것이었다.

◆지미추 슈즈에 담긴 신비로운 매력

파리 패션 위크에 가지 못하게 된 에밀리는 앤드리아에게 “넌 지미추를 처음 신던 그 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어”라며 격분했다. 이렇듯 명품 하이힐의 대명사로 꼽히는 지미추는 패션계에 있어서 어떤 브랜드일까. 명품 구두 브랜드 지미추는 말레이시아 출신 디자이너 ‘지미추’와 영국 출신의 ‘보그 액세서리’ 편집장 ‘타마라 멜론’이 함께 만든 브랜드이다. 당시 보그 내에서 은장식의 구두를 신속하게 제작해 줄 구두 디자이너가 필요했고 지미추의 명성은 이미 패션계에서 자자했다. 이로 인해 지미추는 런던에서 시작하여 영국 상류층뿐만 아니라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단숨에 최고의 명품 구두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지미추의 상징인 스트랩이 달린 스틸레토 힐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