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TK 유권자 앞에 놓일 두 선택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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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0   |  발행일 2017-07-10 제30면   |  수정 2017-07-10
보수가 진정한 혁신이뤄서
다시 지역정치 중심되거나
쌓였던 이념거품 걷어내고
정치적 다양성 확보하거나
기로에 선 대구·경북 정치
[송국건정치칼럼] TK 유권자 앞에 놓일 두 선택지

오늘(10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로 파면을 당한 지 네 달,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자괴감과 낭패감을 떨치지 못한다. ‘박근혜 쇼크’가 너무 컸던 까닭이다. 그 틈새를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그 이후의 선거일정에 대비해야 하는 여야 정치권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발전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이철우·이재만 최고위원의 지도부 진입이 계기가 됐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성 경쟁을 선언한 바른정당은 당 지도부 전국 순회 소통 이벤트의 스타트를 대구·경북에서 끊기로 했다. 이혜훈 대표는 “TK를 출발점으로 삼은 건 소위 ‘배신자’ 프레임에 속은 ‘피해자’가 집중한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의 진정성을 TK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겠다는 의미다.

진보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움직인다.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이 위원장을 맡아 ‘TK 특위’를 꾸렸다. 특위는 비례대표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지역 출신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 20명이 참여한다. 매달 정례회의를 열어 지역 현안 해결을 지원키로 했다. ‘대구 수성구갑’ 여당 국회의원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TK 특위의 든든한 우군이다. 결국 여야 모두 대구·경북이 정치적 무주공산이 됐다는 판단에서 ‘TK 민심 잡기’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과연 대구·경북의 주인인 지역민들은 어떤 정치세력에 마음을 줄까. 여러 갈래로 생각이 미치겠지만, 큰 틀에선 앞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일 걸로 본다. 우선 보수정치인들이 보수정당을 진정으로 리모델링한다면 다시 지지를 보낼 지역 유권자들이 있을 거다. 반면, 보수정당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씻지 못하고 진저리를 칠 수도 있다.

보수정치에 기대를 접지 않은 유권자들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결성해 당 체질을 바꾸겠다고 한 약속의 실천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당의 정체성 재확립, 확고한 목표 설정, 체질 개선, 조직 개편, 공천제도 개혁, 253개 당협위원회 재심사 같은 제도적·인적 쇄신 여부다. 동시에 개혁적 보수, 따뜻한 보수로 자강(自强)한 뒤 궁극적으론 하나의 수권보수정당으로 가겠다는 바른정당의 각오도 관찰 대상이다. 하지만 이미 보수정치에서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지역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조성되길 바란다. 수십 년 동안 지역을 덮었던 이념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용’을 갈망할 수도 있다. 지난 총선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정치적 다양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큰 의미가 있다. 대구의 현역 국회의원 12명은 한국당 7명, 바른정당 2명, 민주당 2명, 대한애국당 1명(조원진)으로 분포돼 있다.

내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을 통해 대구·경북에서도 ‘다당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이념보다는 누가, 어떤 정당이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지역이익을 챙겨줄 건지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정치인들은 이런 시대적·상황적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과거처럼 정서적으로만 지역민심에 접근해선 누구도, 어떤 세력도 경쟁의 승자가 될 수 없다. 물론 지금의 보수정당들이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모든 걸 뜯어고치고 비전을 보이면 대구·경북을 다시 텃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두 갈래의 흐름이 형성되고 나면 선택은 유권자가 한다. 분명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판단이 훨씬 냉철해졌다는 사실이다. 그걸 가볍게 보면 어떤 정당도 쉽게 지역의 정치적 주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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