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조화의 기술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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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3 07:45  |  수정 2017-09-05 10:59  |  발행일 2017-07-13 제21면
20170713
송효정<피아니스트>

배우 김남길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된 영화 ‘앙상블’은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다큐멘터리 클래식 음악영화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 7명으로 구성된 ‘올림푸스 앙상블’(바이올린 권혁주·김지윤, 피아노 박진우, 비올라 이한나, 첼로 박고운, 더블베이스 성민제, 클라리넷 장종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진솔한 대화와 감동적인 연주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올림푸스 앙상블의 리더이자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로 각광을 받았던 고(故) 권혁주는 “서로 튀려고 하지 않고,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앙상블”이라고 강조했다. 연주자로서 공감과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앙상블(Ensemble)’은 ‘함께, 동시에’라는 뜻에서 진화해 ‘통일, 조화’를 나타내는데, 음악에서는 두 사람 이상의 연주자에 의한 합주 또는 합창을 말한다. 앙상블이 좋고 나쁜지 여부는 연주자들의 소리와 음악적인 색깔이 얼마나 조화로운지에 달려 있다.

요즘 클래식 음악계에는 개인적인 친분 또는 특정 목적으로 결성된 앙상블, 즉 실내악 그룹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독주와는 달리 무대에서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동시에 더 많은 연주 기회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 피아노 한두 대로 연주하는 것이 전부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가서야 여러 악기들이 만나 연주하는 실내악이라는 재미난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앙상블’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상대방을 이끌고 동시에 배려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은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면 어떨까. 그렇다면 작은 것에서도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행복과 조화로운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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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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