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길안천 취수를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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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21면   |  수정 2017-07-14
김성진 안동시의회 의장
[기고] 길안천 취수를 반대하는 이유
김성진 안동시의회 의장

안동시의회와 안동 시민은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워 길안천 취수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지난날 안동은 안동·임하댐 건설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직간접적인 막대한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의 수자원 정책임을 감안, 대승적 차원에서 댐 건설을 용인한 바 있다. 그리고 임하댐 도수터널을 이용해 포항·영천 지역의 생·공용수 공급과 금호강 유지수 공급에 대해서도 수자원의 공동 이용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정부 정책을 겸허히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안동 시민이 극렬히 반대해 온 길안댐 건설의 대안으로 성덕댐 건설이 추진되는 데 대해서는 집중호우 시 길안천의 홍수를 예방하고, 갈수기에 길안천 주변의 농업용수 확보는 물론 길안천의 유지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성덕댐 건설을 승인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성덕댐 직접 취수를 전제로 2006년 성덕댐 공사를 시작해 진행하던 중 착공 6년이 지난 2012년에 성덕다목적댐 기본계획을 변경, 길안천 취수라는 속셈을 드러냈다. 다시 말해 수자원공사는 성덕댐의 물만 성덕댐에서 직접 취수한다는 당초 계획을 뒤집고, 성덕댐 하류 30㎞ 지점에서 길안천 물을 직접 취수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성덕댐 전체 유역면적은 41.3㎢로 길안천 전체 유역면적 522.4㎢의 8%에 불과하다. 이는 8%의 면적에 물을 모아 나머지 92%에 해당하는 지역의 수리권을 장악하겠다는 말이다.

현재 임하댐에서는 도수로를 이용해 1일 40만7천t의 물을 취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까지 1일 평균 21만7천t을 취수, 당초 목표의 불과 53%를 취수하는 상황인 데도 불구하고 길안천에서 1일 4만여t을 취수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거기에다 수자원공사는 안동댐과 임하댐의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양 댐 호수를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 수자원 확보 방안을 극대화했다. 따라서 길안천 물이 아니더라도 안동댐과 임하댐의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길안천은 17만 안동 시민과 의성, 예천, 경북도청신도시 등에 식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강이며 젖줄이다. 길안천은 출향인사를 포함한 50만 안동인의 가슴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추억의 강이다. 길안천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경북도민의 강이며, 대한민국의 강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흘러야 할 역사의 강이다.

수자원공사는 길안천 취수를 위한 주민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길안천 주변 길안면·임하면 주민들에게만 몇 가지 지원 사업을 빌미로 동의를 얻어 이를 길안천 취수와 관련된 모든 민원이 해소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길안천은 2개 면 주민의 것만이 아니다. 길안천 취수 관련 민원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민원은 수자원공사가 취수를 포기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수자원 정책은 수자원의 양보다는 질에 우선할 것이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대응에서 보듯 강과 하천의 생태적 의미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자원공사도 기존 수자원의 양과 토목공사 우위의 정책에서 수자원의 질과 강과 하천의 자연 생태적 보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미션을 변경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안동시가 ‘하천점용허가 및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취소한 것은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안동시의 허가 취소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수자원공사는 지금이라도 대오 각성해 행정심판 청구를 취하하고 지금까지의 행위에 대해 안동 시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

또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경북도와 행정심판 위원은 수자원공사의 길안천 취수 부당성과 비과학성을 충분히 인식, 길안천을 영원히 흐를 수 있게 하는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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