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무명이’ 운명의 열흘…절반 입양 안돼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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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엽기자 황인무기자
  • 201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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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급증하는 유기동물

14일 대구 모처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센터. 유기동물 신고를 통해 이곳에 온 ‘무명이’들은 막연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5년 9월초. 대구 남구 대명역 근처 주택가에서 잡종 진도견 한 마리가 전주에 매여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인근 고물장수가 키우던 개로, 이날은 새끼 6마리와 함께 개장수를 만난 날이다. 한참을 실랑이 하던 주인과 개장수의 흥정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무사히 하루를 더 버틸 수 있었다.

#이달 초 대구 모처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무명이(이름없음)’. 얼마 전까지는 주인이 있었지만 버려졌는지, 길을 잃은 건지도 모른 채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잡혀오게 됐다. 누군가 유기동물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 지금도 무명이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철창 안에 갇혀 있다.


전국 등록 반려동물 107만마리
미등록 동물 포함하면 더 많아
유실동물 등 지난해 8만9천마리
주인 만나는 동물은 46%에 불과
전국 동물보호센터 281곳 운영

동물의 보호, 유실 및 유기 방지 등을 위해 2014년부터 주택에서 기르는 개 등에 대해서는 동물등록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등록 반려동물은 107만 마리가 넘어가며 꾸준히 증가 추세다. 등록되지 않은 동물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유실·유기동물, 구조·보호동물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동물은 지난해 기준 8만9천여마리며,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그중 본래의 주인 혹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동물은 45.6%정도이고 자연사 및 안락사로 죽는 동물은 44.9%에 이른다. 나머지 9.5%는 동물보호소에서 지낸다. 유기동물의 증가는 자연스레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전국 동물보호센터는 281개소로 운영비용은 약 115억원에 달한다. 주인의 손을 떠난 두 개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입양된 잡종 진도견

대구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모 동물협회는 잡종 진도견의 사연을 접하고 직접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흔히 ‘똥개’로 불리는 개가 맞이할 운명과 6마리의 새끼가 겪어야 할 미래는 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똥개에게 ‘벨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스페인어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6마리의 형제도 각자의 이름을 얻었다. 팔려가야 할 처지에서 운좋게 반려동물이 된 셈이다.

보호소에 들어간 벨라와 새끼들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벨라가 건강을 되찾았을 무렵,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 대구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하는 미국인 여성이 벨라의 사연을 듣고 입양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벨라는 보호소에 들어온지 5개월여 만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벨라의 6마리 새끼들은 여전히 보호소에 있다. 이제는 훌쩍 자란 ‘똥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이들이 차지한 자리 때문에 다른 개들이 들어올 여유공간이 없어졌다.

해당 동물협회 관계자는 “민간 협회에서 보호소에 들어온 아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며 “동물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도 문제지만, 구조 이후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혈통이 있고, 어린 동물 위주로 입양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협회는 300여 시민의 기부와 협회장 개인의 사비로 운영된다.

◆공고번호로 남겨진 ‘무명이’

주택가를 배회하던 무명이는 인근 주민의 신고로 잡혀와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가게 됐다. 나이는 두세살 남짓. 꾀죄죄한 모습을 보아하니 바깥 생활을 오래한 듯 하다. 왜 홀로 길거리를 배회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주인을 잃었거나.

버려진 동물은 이름이 없다. 다만 공고번호만 남겨진다. 언제 어디서 발견됐고, 특징은 무엇인지 정도만 기록될 뿐. 그리고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다.

무명이가 있는 곳에는 또다른 무명이들이 한가득 있다. 14일 수많은 무명이들이 모여있는 보호센터에 들어가자, 무명이들은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좁은 케이지 안에서 앞으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한 무명이는 산책을 하다 주인을 잃었는지 산책용 몸줄(엑스반도)까지 맨 상태였다.

센터 관계자는 “외부인이 출입하면 크게 짖기 때문에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올 때도 있다. 이 동물들이 주인을 찾거나,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펴 줄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무명이들에게도 유행이 있다고 했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종(種)에 따라서 들어오는 무명이의 종이 달라지는 것. 그는 “2~3년 전에는 시추종이 유행했기 때문에 유기동물도 시추종이 많이 들어왔다”며 “요즘에는 푸들이 많이 들어온다. 작은 푸들이 유행하던 시기가 지나가면서 덩치가 큰 푸들이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 앞에 놓인 운명은 크게 두 갈래다. 법적 공고 기간인 10일이 지나기 전 원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입양처를 찾게 되면 목숨을 부지하고, 아니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당한다. 이는 주로 생김새에 따라 결정된다. 이미 다 자란 무명이의 경우는 ‘죽음의 길’에 더 근접해있다. 한번 버려졌던 무명이들은 이렇게 또 버림받을 처지에 놓인다.

다행히 이날엔 한 무명이의 주인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보고 찾으러 온다는 연락이 왔다. 센터가 문을 닫는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주인이 나타났다. 남겨진 무명이들도 이름을 찾아 사랑받기를 바란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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