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없는 이력서, 블라인드 채용 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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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정기자
  • 201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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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大 “이젠 실력만으로 경쟁” vs 수도권大 “스펙도 능력…역차별”

최근 문재인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하겠다며 관련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무원과 공공부문 모든 이력서에서 사진을 비롯한 신체적 조건, 학력, 출신지역, 가족관계 등에 대한 요구를 금지한 것.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5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연 브리핑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사항을 걷어내고, 실력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지 이제 일주일 남짓, 블라인드 채용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오가고 있다. 스펙이 아닌 실력 중심의 채용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민간부문으로 도입 확산
全공공기관 이달부터 시행이어
동아쏘시오 등 기업 정책 보조 
정부, 채용공고부터 면접까지
개선사항 담은 가이드북 지원


◆민간기업도 속속 도입 나서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당장 이달부터 332개 공공기관 전체가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도입한다. 149개 지방 공기업과 663개 지방 출자·출연기관도 인사담당자 교육 등을 거쳐 다음달부터 입사지원서와 면접에서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공정한 실력 평가를 위해 NCS 등을 활용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입사지원서에는 사진을 포함한 키, 체중 등 신체적 조건과 학력, 출신지역, 가족관계 등에 대한 요구가 금지된다. 대신 채용직무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교육·훈련, 자격, 경험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면접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적용된다.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인적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질문도 할 수 없다. 입사지원서와 마찬가지로 실력 평가를 위한 경험, 상황능력 평가와 발표, 토론면접 등이 진행된다.

민간기업들도 블라인드 채용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지난 12일, 수서발고속철 SRT 운영사인 <주>SR는 하반기 경력 및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전형방식으로 공개채용한다고 밝혔다. 사진, 학력, 가족관계, 출신지역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사항을 없애고 직무관련 자격, 교육, 경험 등 직무 필수요소 중심으로 지원서를 구성한다.

앞서 지난 11일,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아쏘시오홀딩스는 1959년부터 50여년간 유지해온 입사지원서 양식을 전면 수정했다. 사진, 학력, 출신지역, 가족관계 등의 항목을 모두 삭제한 것. 새로 바뀐 입사지원서에는 이름과 연락처, 자격 및 경력사항, 직무 관련 교육 이수사항, 지원분야 역량, 가치관 등의 내용만 담긴다는 것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설명이다.

정부도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하고 채용공고부터 면접까지 단계별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담아, 민간부문 확산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채용수요가 있는 중소·중견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입사지원서 개선·직무분석을 통한 직무기술서와 면접도구 개발 지원 컨설팅을 진행하고, 인사담당자 1천명에게 채용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평등 기회 취지는 좋지만…
서울·해외대학 출신 중심 반발
“취업투자 시간·노력 모두 사라져
일거리 ‘불똥’ 튄 사진관도 가세
“전문 직업인 설 자리 없애는 것”


◆“학벌도 능력… 오히려 역차별”

블라인드 채용이 학벌 등의 조건을 없애고 평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에서 도입됐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좋은 대학을 가고,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것.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최근 회원 4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대해 40.9%는 ‘아주 공감한다’, 36.3%는 ‘약간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각각 16.8%, 6.0%로 집계됐다. 찬반 여부에 대해서도 찬성이 71.9%로 압도적이었으나, 반대도 15.8%로 적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서울·해외소재 대학 출신자들의 반대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지방 국립대 출신(20%), 수도권 대학(10%), 지방 사립대(9%), 전문대(7%) 순일수록 반대 비율이 낮았다.

이처럼 SNS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을 놓고 지방 소재 대학과 수도권 및 상위권 대학 재학생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가 보장되는 채용방식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점과 스펙쌓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지역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25)는 “‘지방대는 서류전형에서부터 광속탈락’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듯이, 그동안 학벌 콤플렉스 탓에 채용과정에서 위축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불필요한 조건에 대한 평가가 능력 평가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얻은 학력과 학점 등을 평가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그동안 취업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모두 사라지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진가들도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 방침은 전문 직업인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것”이라며 “여권·이력서 사진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진관을 죽여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진 관련 산업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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