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복달임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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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5   |  발행일 2017-07-15 제23면   |  수정 2017-07-15

다음 주 토요일(22일)은 삼복 더위 중에서도 피크라는 중복(中伏)이다. 복날이 되면 작가 미상의 복날 관련 유명한 그림이 생각난다. 조선시대 민초들의 생활상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은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의 풍속도와 비슷해 눈길을 끈다. 나무 그늘이 있는 숲속 공터에 팔다리를 걷어붙인 장정들이 커다란 무쇠솥을 걸어 놓고 익힌 고기를 뜯어먹고 있는데 멀리 바위 뒤에서 개 한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노려보는 그림이다. 이처럼 복날엔 개고기를 푹 삶은 개장국이나 삼계탕으로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던 게 우리 조상들의 풍습이었다. 이른바 복달임이다. 복달임은 복날에 복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고깃국을 끓여 먹으며 노는 일을 말한다. 개장국은 그 옛날 1년 중의 행사를 철에 따라 적어 놓은 세시기(歲時記)에도 나온다.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에 개고기가 사람의 기력회복에 좋다고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동물을 애지중지하는 시대다. 동물애호단체들은 반려견이 아닌 육견조차 먹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개장국 대신 삼계탕·육개장·염소탕·장어탕 등의 고단백 식품을 많이 찾고 있다. 초복이었던 지난 12일 복달임 풍속이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초복을 일주일 앞둔 지난 6일 서울 종로에서 식용견 농장주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대한육견협회와 전국육견상인회는 ‘100만 육견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열고, 식용견 식용을 합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애완견과 식용견은 분리 관리돼야 한다”면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보신문화에 대해 인위적인 제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복날의 한자 굴복할 복(伏)은 사람인(人)과 개견(犬)이 붙은 구조이다. 때문에 복날은 개고기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최남선이 펴낸 민속연구서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복(伏)은 여름의 더운 기운을 제압해 굴복시킨다는 ‘서기제복(暑氣制伏)’에서 온 것이라고 소개돼 있다. 복날을 영어로 ‘dog days’라고 하는 데 이것도 개고기와 관련이 없다. 시리우스라는 큰개자리에 위치한 별이 삼복 때 태양과 함께 떠올라 더워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복날만 되면 개들은 괴롭다. 그런데 괴로운 건 개들뿐만 아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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