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질문의 중요성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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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7 07:51  |  수정 2017-09-05 11:21  |  발행일 2017-07-17 제17면

임방이 예의 근본을 묻자 공자가 말했다. “훌륭하다. 질문이여!”

학문(學問)이란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임방은 노나라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이 예를 실행하면서 번거로운 문식(文飾)만을 일삼는 것을 보고, 예의 근본이 여기에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의심을 품었다. 요즘 말로 하면 당시 사람들은 제사상을 차릴 때 사과를 배의 오른쪽에 놓아야 하는지 왼쪽에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하는 것을 예로 생각했는데, 임방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질문은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것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다.

공자는 ‘술이편’에서 “알고 싶어 안달하지 않으면 열어줄 수 없고, 애태우지 않으면 말해줄 수 없다. 한 모퉁이를 예로 들어주었는데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지 못하면, 다시 일러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불교의 줄탁동시(啄同時)와 같이 가르침과 배움이 적절한 때가 있음을 나타내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 싶어 안달하고 애태우는 것이 교육의 기본 전제다. 또한 한 가지 가르침으로 다른 것을 유추하지 못하면 더 이상 가르치지 않는 것 역시 교육의 기본 전제다. 그렇지만 현대교육은 학습 의욕이 전혀 없는 학생들을 집단으로 모아 놓고, 그들에게 학습동기라는 것을 부여한 뒤 억지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이것은 서구에서 처음 시작된 현대 공교육이 노동자 계급의 자녀들을 공교육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다. 즉 가급적 적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나타난 지식교육의 불가피한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식의 습득으로서의 현대교육은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알고 싶어 안달하며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은 답을 하는 능력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이며, ‘기술의 충격’ ‘통제 불능’ 등을 집필해 기술사상가로 불리는 케빈 켈리는 신작인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나올 상품과 용역의 일반적인 추세를 12가지 동사로 제시하였다. 즉 ‘되어가다, 인지화하다, 흐르다, 화면을 보다, 접근하다, 공유하다, 걸러내다, 뒤섞다, 상호작용하다, 추적하다, 질문하다, 시작하다’라는 12개 동사가 서로 의존하고 서로를 가속화하는 힘으로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중 ‘질문하다’와 관련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생물과 콘크리트 재료처럼 사실들은 거대한 문명을 계속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과 신기술의 가장 소중한 측면들,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가치 있고 가장 생산적인 측면들은 그 변경에, 불확실성, 혼란, 유동성, 질문이 거주하는 가장자리에 놓여 있을 것이다. 답을 내놓는 기술은 여전히 필수적인 것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답은 어디에나 있고, 즉각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거의 무료가 될 것이다. 그에 반해 질문을 생성하는 기술이야말로 더욱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질문 생성 기술은 쉬지 않는 우리 종이 탐험할 수 있는 새로운 대륙,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산업, 새로운 상표,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하는 엔진이라고 올바로 인식될 것이다. 한마디로 질문하기는 답하기보다 더 강력하다.

켈리와 같이 질문은 인류가 탐험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다. 공자가 물었듯이 “인이 멀리 있는가(仁遠乎)?”와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인은 멀리 있지 않다. 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니 돌이켜 찾는다면 바로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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