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입체적 상상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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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7 07:52  |  수정 2017-09-05 11:22  |  발행일 2017-07-17 제18면
20170717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신, 인권, 국가, 돈에 대한 집단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지구의 정복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서술했다. 최근작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에서 그는 300년 전에 탄생해 초절정 상태에 있는 인본주의는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브레이크도 없이 고삐가 풀렸다고 말하며, 이제 불멸·행복·신성(神性)이 인류의 중심 의제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알고리즘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는 데이터주의가 패러다임이 되는 세상에서는 주요 존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신의 시대였던 중세를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이 대체했듯이, 미래는 데이터에 대한 숭배가 휴머니즘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우리 종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전환기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테러범·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인간은 스스로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라며 수십, 수백 년 내에 사피엔스는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류는 영생을 포함해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슈퍼맨, 즉 호모 데우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책이 예측하는 전망이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가상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느낀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하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으며, 신이 되려고 발버둥칠수록 더욱 더 빅데이터의 노예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과학기술과 빅테이터의 노예로 사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내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읽으며 정말 놀란 것은 그가 인용하는 방대한 자료와 독서량이었다. 나는 하라리의 책을 읽으며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공부 방법을 떠올렸다.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같은 무수한 걸작을 남겼다. 그가 우리에게 물려준 진정으로 놀라운 유산이자 걸작은 그의 노트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노트에는 요리법, 금전출납 내역, 편지, 단상, 예언, 발명 계획, 해부학, 식물학, 지질학, 헬리콥터에 해당하는 날틀의 설계도, 장갑차, 잠수함의 원형 설계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기록돼 있다. 토니 부잔은 다빈치의 노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마인 맵’ 기법을 개발했다. 다빈치는 줄을 맞춰 적는 선형적 노트 필기 대신 둥치와 줄기에서 가지를 치고 방사형으로 뻗어가는 입체적 메모를 좋아했다. 그는 독특한 메모를 통해 좌우뇌를 동시에 활용하는 전뇌적 사고를 할 수 있었다. 하라리를 읽으며 창의력과 입체적인 상상력이 미래 생존 수단임을 절감하며, 우리의 교수·학습법을 다시 생각해 본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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