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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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7 07:56  |  수정 2017-09-05 11:23  |  발행일 2017-07-17 제22면
20170717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의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먼저 고민을 겪은 이들의 조언, 또 필자의 경험을 봐서도 치우침없이 현명하게 조율하고 중심을 잡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해답이라 하겠습니다.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악밴드 나릿은 우리 지역의 역사·사람·사건·장소의 이야기를 우리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주력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좋은 평가와 상도 받고 거액의 상금도 거머쥐며 지금까지 오다보니 그간의 고민, 목표와 성취, 아쉬움 등 값진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자리도 많이 만들어집니다. 강의 또는 발표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보면 발표 자료에 꼭 빠지지 않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의 고민도 컸습니다. ‘왜?’라는 물음의 연속이었지요.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이 무엇을 왜 하려는지 어렴풋이 아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제 나름 찾은 해답이 있다면 끊임없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의 거리를 점점 좁혀 나가는 것입니다. 조금씩 그 거리를 좁혀 가다 보면 쓴맛을 감내할 수 있는 동기 부여와 지도를 손에 쥐고 길 찾기에 나서듯 보다 안정된 확신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릿이 시간과 성과에 쫓겨 급급하게 해야 할 것에만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좋은 평가도, 상도, 보람도, 만족도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2014년에 발매된 젊은 국악단 ‘열두달’의 ‘달을 꿈꾸는 소년’을 추천합니다. 호숫가에 앉은 소년은 말합니다. 나도 저 달이 되고 싶다고. 세상을 비추는 달처럼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비춰주고 싶다고요. 이 곡은 훨씬 어렸을 시절부터 함께 활동하고 어울려오고 있는 대구시립국악단 상임단원인 작곡가 이정호님의 곡인데요. 그의 진정한 꿈이 담긴 곡이 아닐까도 합니다. 의기투합해 젊음의 열정을 나누며 같은 꿈을 꾸던 추억이 있기에 이 곡은 필자에게도 꿈을 담은 곡이며 마음 깊이 우러나는 묘한 감정이 있는 아주 각별한 곡이랍니다.

늘 스피치의 마지막엔 ‘고민하기를 멈추지 마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릿의 활동 외에는 필자 역시 실수 투성이, 게으름뱅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그래도 이야기합니다. 후회하지 마라. 깊게 오래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마라. 사는 것은 나의 몫이고 선택도 결과도 다 나의 몫이기에. 지금 해야 할 것들은 나의 내일을 위한 전부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한, 혹은 더 잘하는데 필요한 경험일 뿐이고 그렇게 우리는 꿈꾸고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 아닐까요.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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