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적의 놀이터, 기적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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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7   |  발행일 2017-07-17 제29면   |  수정 2017-07-17
[기고] 기적의 놀이터, 기적의 도시

어린이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놀이터의 주요 이용고객인 어린이들이 계획하고 디자인하며 만들어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어른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대구 서구에 새롭게 조성되는 어린이공원·어린이놀이터는 인위적으로 주어지는 비슷비슷한 놀이공간이 아니라 자연 속에 펼쳐진 창의적인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 이왕이면 한국문화가 스며있는 놀이터,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커갈 수 있는 놀이공간이 되면 더욱 좋겠다. 작은 놀이터 속에도 한국의 전통이 숨 쉬는 공간이 하나씩 늘어갈 때 지역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지난 5월과 6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공원조성계획안을 심의했다.

주요 쟁점은 공원 이용시의 안전성과 편리성 등이었다. 전문가들이 함께 심의하는 자리였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남았다. 필자가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를 다녀온 뒤 비로소 그 아쉬운 점을 채울 수 있었다. 어린이놀이터의 주인은 어린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느끼면서 말이다.

순천시에서는 어린이놀이터·어린이공원을 조성할 때 먼저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공원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감리도 어린이들이 맡았다. 감리단은 어린이 입장에서 이용할 때 필요한 것들(흥미·재미·스릴 등)을 지적한다.

대구 서구의 어린이공원은 현재 14곳이 조성돼 있고 6곳이 미조성인 상태다. 어린이놀이터는 16곳이 조성돼 있고 13곳은 앞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사업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배우는 기적의 놀이터를 조성하는 것으로 ‘스스로 몸을 돌보며 마음껏 뛰놀자’라는 모토로 시작됐다. 기간은 2015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순천시 도시공원 일원에 사업비 33억6천만원으로 기적의 놀이터 10개소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놀이터의 소개내용을 보면 정형화된 어린이놀이터를 벗어나 아이들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손잡고 디자인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재미있는 놀이터를 구현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꿈과 상상력, 모험심을 키움으로써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2016년 5월26일엔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 발뚱’ 조성에 이어 독일의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한국의 편해문 등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제2호 기적의 놀이터는 기본설계 드로잉을 귄터 벨치히 자문위원이 직접 해 지난 4월에 준공했다.

한국의 놀이터를 둘러본 귄터 디자이너는 “놀이터 중간에 비슷비슷한 놀이기구 하나가 떡하니 서있는 한국의 놀이터는 어리석음 그 자체”라고 혹평했다. 이런 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다기보다 엄마들을 위한 공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놀이터와 놀이기구를 만들 때는 철저히 어린이의 정서와 어린이의 시선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오세광 (대구 서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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