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순간의 호흡…1초에 꽂히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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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8   |  발행일 2017-07-18 제24면   |  수정 2017-07-18
수묵화가 임현락 The Moment展
군더더기 없는 순간의 호흡…1초에 꽂히다
‘순간’에 주목하는 임현락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 임현락은 수묵으로 ‘호흡’을 그린다. 대상과 하나 돼 순간적으로 획을 긋는다. 대상과의 일체화다. 호흡을 그린다는 표현이 그래서 나왔다. 대상이 가진 정체성과 흐름이 담겨 있다.

작가에게 호흡은 곧 생명이다.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대장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호흡과 생명에 대한 탐구의 배경이다.

작가는 또 ‘순간’에 주목한다. 전시 타이틀도 ‘The Moment(순간)’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1초 수묵’이다. 작가는 “호흡 가운데 군더더기 없는 강한 밀도를 가진 게 1초”라고 했다.

1초도 상징적이다. 시간이 아니라 심리다. 작가는 “1초 수묵은 실제 2초도 될 수 있고, 0.5초가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1초에 ‘꽂힌’ 계기가 흥미롭다. 작가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사인 볼트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는 “우사인 볼트가 1초에 14m 정도를 뛰더라. 1초는 짧은 시간인데, 몸으로 움직인 거리가 상당했다”고 했다.

‘1초 수묵’은 작가에게 관습적 행위를 제거하는 시공간적 장치이다. 작가는 “아름다운 기억, 장면을 남기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런 본능은 습관처럼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밴다. 예술가가 구태를 벗고 새로움을 좇아 진화하듯, 비의도적인 행위의 결과를 만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의도가 거세되면서 또다른 세계가 열렸다. 의외의 경험이었고,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1초 수묵은 갤러리 아소(대구시 수성구 중동 청수로9길 40-3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 미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현재 경북대 예술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2일까지. 010-4217-4480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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