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안전처의 적폐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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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  발행일 2017-07-19 제29면   |  수정 2017-07-19
[기고] 국민안전처의 적폐 행진
김정우 한국승강기술연구원장·공학박사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다. 이는 촛불의 열망이었다. 그 촛불을 켰던 시골사람으로서 중앙정부의 적폐 일단을 들춘다.

필자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30여 년 동안 승강기 연구·감리·검사를 담당했고, 승강기 관련 기술특허와 많은 저작물도 냈다. 이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승강기 부품 및 검사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생활안전과 직결된 승강기 검사업무를 하고자 6년 전 고향 김천에 한국승강기술연구원(이하 본원)을 설립했다. 이를 위해 한국기계연구원의 전문인력·연구장비·검사 장비 등 일체를 승계했다.

본원은 201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승강기 검사기관으로 지정해 달라고 국민안전처에 신청했지만 안전처는 온갖 핑계를 대고 꼬투리를 잡더니 지난해 6월 끝내 허가해주지 않았다. 이 4년 동안 눈물을 삼키며 겪은 적폐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본원이 1차로 지정신청을 하자 안전처는 법(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 나오는 용어를 자의로 해석해 본원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본원은 ‘위법’이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에 제소했고, 행심위는 본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면 안전처는 신청 당시의 법(구법)에 따라 처리해야 마땅한데도 그사이 법이 바뀌었다며 개정법(신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이런 위법의 밑바탕엔, 어떤 민원이든 ‘된다’가 아니라 ‘안 된다’는 부정의 자세로 처리하려는 행정의 전형적·고질적 적폐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둘째, 행정 재량권의 남용이다. 비록 본원은 행정심판에서 이겼지만 영원한 을인지라, 절대 갑인 안전처가 신법에 따라 요구한 대로 검사인원을 늘리고 사무소를 더 설치하는 등 요건을 보완해 2014년 2차로 지정신청을 했다. 그런데 안전처는 ‘요건은 갖췄으나 현행 2개 기관 체제 유지가 타당하다’며 또 거부했다.

‘2개 기관’이란 승강기 검사권을 독차지한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으로 모두 공공기관이며, 둘은 통합해 지난해 7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 출범했다. 이런 공공기관의 공공독점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기관의 진입을 막는다? 본원은 또 ‘위법이며 재량권 남용’이라며 행심위에 제소했고, 결론은 ‘재량권 남용이 맞다’로 결론 났다. 그러자 안전처는 2개 기관한테선 순차로 받았던 ‘지역사무소별 공인검사기관 인증서’를 본원에는 모두 동시에 내라고 강요했고, 본원은 그렇게 해서 지난해 3차로 지정신청을 했건만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

셋째,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다. 최종 거부 과정에서 어른거린 어둠의 세력에 묻는다. ‘안전처 퇴직(예정)자 중심으로 검사기관을 새로 만든다’ ‘본원은 허가를 절대로 못 받는다’는 소문은 누가 냈을까? 그리고 본원 검사원 5명이 퇴사한 배후엔 뭣이 있었을까? 그래서 결원이 생긴 사실을 어떻게 때맞춰 알고 ‘변동사항을 3일 내에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을까? 또 현장실사 때 본원의 중요서류를 왜 몰래 가져갔을까?

넷째, 관피아의 그림자다. 안전처는 왜 이토록 법률왜곡·법률위반·재량권 남용을 감행했을까? 보이지 않는 손은 왜 움직였을까? 돌이켜보자. 2014년 국감에서 모 국회의원이 ‘지난 10년간 2개 기관의 임원 29명 중 23명이 승강기 관련 부처 공무원 출신의 관피아’라고 지적한 발언이 떠오른다. 공단 설립을 앞둔 2개 기관의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민간의 진입을 막으려는 관피아의 그림자와 그걸 돕는 손길이 어른거린다.

이런 적폐 속에서 본원(연구원)은 주목적인 승강기 부품 및 검사기술 개발에 주력하지 못했고, 수억원의 연구장비는 낮잠에 빠졌으며 승강기 안전교육장 및 체험장 개설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김천시가 정책적으로 유치한 본원이 이렇게 제 기능을 못하면 승강기 산업의 발전은 더뎌지고, 승강기 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늦어진다.

안전처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정신을 잘 구현하기를 바란다. 김정우 한국승강기술연구원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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