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전문대 육성 밑그림은 무엇인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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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  발행일 2017-07-19 제30면   |  수정 2017-07-19
새정부 교육정책 윤곽 불구
유독 전문대정책 오리무중
과거 정부 정책 답습 말고
전문대 위상 제고 걸맞은
고등직업교육정책 수립을
[동대구로에서] 전문대 육성 밑그림은 무엇인가?
박종문 교육팀장

새 정부 교육정책의 밑그림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 유독 전문대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선거과정에서도 별다른 공약이 없었고,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전문대 정책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 전문대 관련 기관·단체 행사에 참석한 교육부 고위 관리들도 늘 하던 이야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특별한 전문대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그런 탓에 전문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 전문대 정책은 연말까지 안갯속”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내년 예산편성 내용이나 내년도 교육부 업무계획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정부에서든 전문대 정책은 늘 이런 식이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사실상 일반대학과 양분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뚜렷한 전문대 육성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 위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16학년도 기준으로 일반대·교육대 199개교(58.7%)에 이어 137개교로 40.4%의 비중을 차지한다. 입학정원 비율로도 일반·교육대 32만4천여명(57.5%)에 이어 17만7천여명(31.4%)으로 사실상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국·공립 전문대는 현재도 채 10개가 안 될 정도로 사립대가 대부분인데, 베이비붐 시절 국가재정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인재육성에 기여했고, 산업화 시대에는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했다. 오늘날의 산업화가 어느 특정지역이나 특정세력, 특정집단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전문대가 고등교육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산업인력 배출에 공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도성장의 종언을 고한 IMF 사태 이후 전문대 위상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거품 낀 사회에서 무시당했던 전문대가 실제로는 ‘알짜’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멀쩡히 4년제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수두룩한데 전문성과 숙련기술로 무장된 전문대 졸업생이 꾸준히 취업문을 여는 것을 보고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전문대는 명실상부한 고등직업교육대학으로 거듭 태어났다. 단순 비교해도 대구지역 인기 전문대와 인기 학과는 이미 4년제 입학생의 수능 성적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4년제가 전문대 학과를 벤치마킹해 학생 모집에 나서야 할 정도로 ‘4년제보다 못한 전문대’라는 인식은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4년제를 졸업하기보다는 전문대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실제로 4년제를 졸업하고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U턴 입학’ 지원자와 합격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7학년도 입시에서도 전국 118개 대학에서 7천412명이 지원해 1천453명이 등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지원자는 21%(1천290명), 등록자는 4.5%(62명)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일반대와 전문대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전문대의 위상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전문대 정책을 과거와 같이 일반대 정책의 보완정책 내지는 하위정책 정도로 취급하지 말기를 새 정부에 바란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수능성적에 기반한 대학 서열화에 이어 직장과 급여 차별로 연장되는 그릇된 구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새 정부가 이런 사회적 모순과 갈등 치유책으로 전문대 위상 강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서 학령인구 감소, 노령인구 급속 증가, 대학서열화, 계층 양극화 등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교육환경에 놓여있다. 그 해법을 마련하는 데 전문대를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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