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인공강우와 기우제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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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  발행일 2017-07-19 제31면   |  수정 2017-07-19

인공강우 전문가들을 ‘레인메이커(rainmaker)’라 부른다. 레인메이커는 원래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祈雨祭)를 드리는 아메리카 인디언 주술사를 부르는 말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행운을 부르는 사람’ 혹은 ‘특정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레인메이커가 행운과 영향력의 상징이 된 이유는 이들이 드리는 기우제가 100%의 확률로 비를 부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이들은 기우제를 한번 시작하면 황당하게도 비가 올 때까지 계속 드린다. 이들의 기우제가 100%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항지역에서는 요즘 기우제를 지내는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 북구 신광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청하·송라·장기·대송·기계·흥해 등 7개 읍·면에서 열렸다.

포항지역은 올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유례없는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이달 들어 포항지역 평균 강우량은 2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올 1월부터 7월까지(18일 기준) 누적 강우량도 195.8㎜로 평년의 534.2㎜에 대비해 36.6%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국(422㎜)과 경북(308.7㎜)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포항시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280개 저수지의 저수율도 38.1%에 불과해 평년 75.3%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고갈된 저수지는 32개에 이르고, 20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고갈 저수지는 74곳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항의 특산품인 부추 밭에서는 지하수위가 낮아져 해수가 침범, 염도가 높아지면서 서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당장 물을 대지 못하면 수확에 차질이 예상되는 논은 31.6㏊, 생육 부진과 시듦 현상이 발생한 밭 면적은 9.2㏊에 달한다. 이에 포항시는 암반관정 24곳을 조기에 개발해 용수 공급을 추진키로 한 데 이어 동원 가능한 소방차, 군부대 급수차의 지원요청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동북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에서는 지난 5월 봄 가뭄이 심하자 인공강우를 실시했다는 것이 부러울 뿐이다. 가뭄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나라의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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