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치킨도시 대구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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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  발행일 2017-07-20 제31면   |  수정 2017-07-20

한국인의 한 해 닭고기 소비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무려 9억9천251만마리에 달한다. 이 닭을 인구 5천만명이 모두 소비했다고 가정하면 1인당 연간 약 20마리씩 먹은 셈이다. 특히 한국인의 치킨사랑은 유별나다. 직장 회식은 물론 중요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며 응원을 할 때도 빠지지 않는다. 월급날 가족과 소소한 행복을 나누거나 퇴근 후 지친 심신을 한 잔의 맥주와 달랠 때도 가장 많이 찾는 게 치킨이다.

한국인의 남다른 치킨선호는 신조어에서도 나타난다. 합성어 ‘치느님’(치킨+하느님)과 인터넷 유머 ‘치렐루야(치킨+할렐루야) 10계명’이 등장한 지 오래고 ‘치맥지교’(치킨과 맥주로 우정을 나누다)와 ‘치중진담’(치킨을 먹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등도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회자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지난해 SNS에서 치킨이 많이 언급된 날일수록 사람들의 행복감이 크다는 치킨지수까지 개발하기도 했다. 치킨공화국이라는 명성에 맞게 치킨 점포 수도 엄청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총 2만4천453개로 전체 1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많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동네 개인 치킨집까지 더하면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2만개 가맹점에 연매출 5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프랜차이즈의 출발점도 알고 보면 치킨이다. 1977년 7월24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림스치킨이 바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원조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선도한 도시는 역시 대구다. 대구·경북의 발달된 양계산업을 바탕으로 1980년대 멕시칸·멕시카나·처갓집양념통닭·페리카나 등이 모두 대구에서 시작됐다. 그 후 등장한 교촌치킨·호식이두마리치킨·땅땅치킨·별별치킨도 모두 대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에 ‘닭의 벌판’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볼 때 대구가 치킨산업의 본고장이 된 게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치킨왕국 대구의 명성은 대구치맥페스티벌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277만명이 다녀갔다. 소비된 치킨이 무려 108만마리다. 올해도 23일까지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시민들의 열기와 아이디어가 모아진다면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나 중국 칭다오 맥주축제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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