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데이트 폭력 매년 46명 숨져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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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22면   |  수정 2017-07-21
[미디어 핫 토픽] 데이트 폭력 매년 46명 숨져
만취상태의 남성이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한 여성 블로거가 지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지인은 4년 동안 남자친구에게 폭력을 당하며 연애하다가, 최근에서야 헤어지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내가 잘했으면 이 남자가 안 그럴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으면 벌써 남자의 폭력에 길들여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해법은 단 한 가지. 사랑타령 하지 말고 헤어지라는 것이다.

무더위가 좀처럼 꺾이지 않은 지난 19일, 온라인에서는 소름 돋는 영상이 떠돌았다. CCTV에 잡힌 ‘데이트 폭력’ 현장의 모습이다. 영상 속에는 만취 상태의 남성이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트럭까지 몰고 위협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2세인 이 남성은 지난 18일 오전 2시쯤 서울 중구 신당동 골목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벽으로 밀쳐 얼굴을 때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다시 발로 걷어찼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여성을 피신시켰지만, 이번엔 트럭을 몰고 좁은 골목을 돌진해 여자친구를 뒤쫓았다. 시민들은 황급히 대피했고, 길가의 펜스는 부서졌다. 체포된 남성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65%. 면허 취소 수치다. 여자친구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자 남성은 격분해 폭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영상을 본 50세의 네티즌은 “여자분들 정신 차리세요. 처음에 뺨 한 대 때리고 미안하다며 무릎 꿇는다고 봐주면 안 됩니다. 무슨 이유라도 여자 몸에 단 한 대라도 손대면 100% 폭력으로 발전합니다”라고 경고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폭력에 너무 관대하다. 웬만한 폭력은 초범이면 대부분 집행유예로 나오니깐 술만 먹으면 주먹질한다”고 지적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요즘이다. 데이트 폭력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져 목숨까지 앗아간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은 모두 23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46명이 남자친구의 폭력으로 숨진다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은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폭행·성희롱·협박·스토킹 등의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사건도 증가 추세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지난해 총 8천367명(구속 449명)이 입건돼 전년 7천692명보다 9%나 늘었다.

하지만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하다. 지난해 2월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 우려시 격리와 접근 금지 청구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데이트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만료돼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면 신고가 최우선 조치다. 경찰은 112 신고 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를 신설해 가해자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고, 특별팀도 운영하고 있다. 또 전화 1366번을 통해 긴급 보호와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윤제호 뉴미디어본부장 yoon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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