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최저임금과 ‘직장-삶의 양립’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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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22면   |  수정 2017-09-05
직장-삶의 양립 가능하려면
대기업-中企 상생관계 구축
최저임금 종합적 차원 논의
노동생산성 제고 방안 필요
정부가 교육·훈련 지원해야
20170721

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확정됐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의 입장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역의 노동계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사용자 측에서는 기업의 존립을 논할 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보수적인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최저임금 뒷감당까지 국민세금에 떠넘기다니’ ‘최저임금 충격, 한국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 ‘최고 인상한 최저임금, 중기·소상공인 고통 외면할 건가’ 등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사용자 측의 입장을 대변해 온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노동친화적인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대량실업사태의 발생이나 기업의 생존 등을 언급하면서 엄살과 엄포를 놓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을 ‘직장-삶의 양립’으로 한번 바꾸어 보자. 최저임금의 인상은 어떤 형태로든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지만, 소득증대를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 관계를 상충관계가 아닌 양립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경제성장과 선순환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다.

첫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는 원도급과 하도급 관계로 짜여 있다. 중소기업의 원가 인상은 대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면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인상해야만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하기 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과도한 임금격차 문제 해결을 포함하여 상생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는 각종 사회보장정책과의 연계선상에서 서민들의 총합적인 삶의 모습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서민들의 일상 생활에서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은 아마도 주거비와 교육비, 의료비라고 생각된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 주거비가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지금과 같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가격이 치솟을 경우 최저임금 1천60원 인상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숙련 근로자, 고령자,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보호책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노동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임금만 인상되면 기업경영에 문제가 되지만, 생산성 향상이 동반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간 차이는 있겠지만 중소제조업의 경우 기업 스스로 종업원들을 교육·훈련을 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교육·훈련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며, 이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형 성장전략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넘는 초과인상분을 약 3조원의 재원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이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소녀’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연인들의 애환을 담은 시다. 끝부분에서 작가는 ‘아르바이트는 죽을 때까지만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다음 생애에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저인간을 보장받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임성수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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