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가장 받고 싶은 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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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23면   |  수정 2017-07-21

수많은 네티즌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면서 감동적인 동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전북도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초등학교 6학년 소녀가 암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쓴 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못 보았을까?/ 그 상을 내시던 주름진 엄마의 손을/ 그때는 왜 잡아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그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뇌어 봅시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도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상)”

소녀가 연필로 쓴 동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엄마와 손을 꼭 잡고 밥상 옆에 서 있는 그림을 그려 안타까움과 더욱 진한 감동을 줬다. 당시 소녀의 동시는 TV에도 소개됐고,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여중생이 된 소녀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당연하게 여겼던 미안함과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어느 심사위원은 “아이가 쓴 동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 작품을 선정했다. 무엇보다도 일기처럼 쓴 아이의 글씨와 지웠다 썼다가 만지작거렸던 종이 원본이 정말 마음에 깊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한 네티즌은 “맑은 아이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느새 그걸 터득했구나 싶었다. 멀쩡하게 나이 들어가는 내가 부끄러워 숟가락을 멈추고 남은 동시를 듣고 읽었다. 암 투병으로 지난해에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소녀의 동시가 나를 울린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른인 나도 뭉클 눈물이 난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시고, 맛난 밥상을 차려주신 엄마표 밥상이 그립다”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남겼다. 갑자기 몇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 얼굴이 가슴 한구석에서 떠오른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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