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가상화폐 ‘진짜 돈’ 될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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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2   |  발행일 2017-07-22 제11면   |  수정 2017-07-22
20170722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내년까지 2배, 10년 뒤에는 10배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또 일부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정반대의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상화폐는 인터넷 등에서 사용하는 무형의 돈이다. 예를 들면 싸이월드 등에서 쓰던 ‘도토리’ 같은 형태의 결제 수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비트코인(Bitcoin)이고, 최근 들어서는 이더리움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달러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안화는 중국의 인민은행, 원화는 한국은행 등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지만 가상화폐는 특별한 발행주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해 수학문제를 풀면 캐낼 수 있는 것으로, 총량이 정해져 있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로 돼 있다. 누군가가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매장량을 채굴하는 구조인 탓에 주식시장처럼 가격 변동이 심하다.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망 엇갈리는 가상화폐의 미래

20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4월 일평균 시세는 140만4천800원에서 5월에 251만원, 6월에 320만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18일 현재 288만원으로 하락했지만, 4월 일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넘는 수준이다.

이더리움도 4월 일평균 5만7천660원에서 5월 16만4천669원, 6월 37만817원까지 올랐다가 7월 들어 조정을 받으면서 27만8천797원으로 내렸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하락하긴 했지만, 4월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비트코인 日평균 시세 3개월새 ‘2배’
최근 각광 이더리움은 5배이상 올라
미래 가치 전망은 상승-추락 엇갈려

대출수수료 명목으로 비트코인 요구
올들어 가상화폐 악용한 사기 줄이어
금감원 “다단계 유사코인 유의 당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조정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여전히 상승 전망을 내놓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거품이 터져버릴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혹평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스탠드포인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로니 모아스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내년에 지금의 2배 정도인 5천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 5천달러까지 상승하고, 10년 뒤 2만5천~5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11일 3천25.4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가 거품 우려 등으로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150% 이상 뛰었다.

그는 “유통되는 비트코인은 2천100만개뿐인 상황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가격도 자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공동창업자인 찰스 호스킨슨은 “가상화폐 시장은 시간이 째깍째깍 가고 있는 시한폭탄”이라며 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공개(ICO)로 이더리움 가격이 치솟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고, 이제는 열기를 식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새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이 자사의 암호화 기술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해 투자금을 모으는 방법으로, 호스킨슨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로 감당할 수 있는데도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지나치게 많이 발행, 사람들이 빠르고 손쉽게 돈을 버는 데 눈이 멀었다”고 지적했다.

조사업체 오토노머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ICO로 조달된 자금은 13억달러(약 1조4천600억원)로, 지난해 연간 조달된 금액의 6배 넘는다. 이더리움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ICO 자금 조달이 주로 이더리움 화폐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ICO에 참여하고 싶은 투자자는 시장에서 이더리움을 사서 발행 기업에 투자자금으로 내야 하는 탓에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결국 이더리움 가격은 올해 초 ICO 당시 8달러에서 지난달 414달러까지 치솟아 연초 대비 50배 넘게 올랐다가 최근에는 고점 대비 가격이 반 토막이 났다.

호스킨슨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3위 가상화폐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도 “황량한 서부 같은 금융 환경에서 이뤄지는 ICO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도 극성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악용한 사기 행각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수수료 명목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대출사기는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로 접수된 것만 올해 들어 3월까지 총 20건, 1억1천600만원에 이른다.

저금리 전환대출, 신용등급 상향, 전산작업비 등의 명목으로 기존에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대출수요가 있는 소비자의 급박한 상황을 악용,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요구함으로써 마치 금전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오인케 하는 신종 수법인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저금리 전환대출을 해 준다고 접근,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편의점에서 구매한 후 영수증을 찍어 보낼 것을 요구한다.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 매매할 수 있지만, 일부 거래소는 거래편의를 위해 시중 편의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햇살론 등 정부정책상품으로 대환대출을 안내해 준다고 접근하고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 연체기록을 삭제해야 한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편의점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낼 것을 요구한다. 대출이 필요한 이들은 편의점에서 24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 선불카드를 구매한 후 휴대폰 카메라로 영수증(선불카드와 동일)을 찍어 사기범에게 전송하면, 이들은 전송받은 영수증에 적혀 있는 비밀번호(PIN)를 이용해 해당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해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가 아니고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거래정보의 대상도 아닌 탓에 자금세탁이나 불법거래에 사용될 우려가 상존한다”며 “대출사기는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금융당국의 대포통장 근절대책 등으로 통장 발급이 어려워지자 통장개설 시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자, 미성년자 등 의심거래자에 대해 금융거래목적을 확인하거나 현금을 요구하는 대신,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비트코인을 구매하도록 한 후 이를 편취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비트코인의 경우 누구나 손쉽게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영수증(선불카드)에 기재된 핀번호만 있으면 해당 중개소에서 비트코인을 추가 구매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어 손쉬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금감원 측은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을 해 준다고 하면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것은 대출사기에 해당하고 △금융회사는 대출 시 소비자로부터 수수료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현금이나 비트코인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고 △소비자로부터 대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며 △비트코인 구매 후 받은 영수증에 기재된 20자리의 PIN번호는 비밀번호에 해당되므로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은 국내 가상통화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가상통화 투자 시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닌 점 △가상통화는 가치급락으로 인한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다단계 유사코인에 주의할 것 △가상통화도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점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안전성에 주의할 것 등을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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