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집안일 함께 하면 엄마일이 줄어들고 EQ 높아져요”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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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07:42  |  수정 2017-07-24 09:01  |  발행일 2017-07-24 제18면
■ ‘돼지책’이 가르쳐준 가족 사랑
가족 위한 일 한가지씩 꾸준히 실천
부모·자녀 유대감 커지고 정서 발달
부지런한 습관…행복 바이러스 커져
20170724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식사 시간에 수저 놓기 도우미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상 차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신발 정리를 해서 현관이 깨끗해졌다고 가족들이 칭찬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말 과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 한 가지를 하고 난 후에 발표한 소감입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로 교실 안이 떠들썩한데 몇몇 학생은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부모님께서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거나 ‘집안일은 엄마가 할 테니 공부나 하라’고 하셔서 못했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녀가 한두 명인 집이 많아서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고, 일부 부모들은 공부에만 집중하라는 뜻에서 모든 것을 대신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학년이 되어서도 자기 주변 정리조차 스스로 할 줄 모르는 경우를 봅니다. 물론 처음엔 서툴고 오히려 성가시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다보면 좋은 습관으로 남지 않을까요? 아무리 작고 쉬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면 힘든 것이 바로 되풀이되는 집안일입니다. 집안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돼지책’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동화가 떠오릅니다. 다함께 ‘돼지책’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피곳씨는 아내와 두 아들 사이먼, 패트릭과 함께 멋진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아빠 피곳씨는 아침마다 “여보, 빨리 밥 줘요” 하고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회사로 가 버립니다. 사이먼과 패트릭도 아침마다 “엄마, 빨리 밥 주세요” 하며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학교로 갑니다. 엄마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침대를 정리하는 등 혼자서 집안일을 다 해 놓고 일을 하러 갔습니다. 저녁이 되어서도 피곳씨와 두 아들은 차려 주는 밥을 먹고 소파에서 쉬거나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가족들이 저녁을 먹자마자 엄마는 혼자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먹을 것을 만들었습니다.

날마다 이런 생활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사이먼과 패트릭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피곳씨가 회사에서 돌아와 함께 찾아보아도 엄마는 없고 선반 위에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편지가 보였습니다. 그러자 엄마의 말처럼 피곳씨와 아이들은 돼지가 되어버렸지 뭐예요. 엄마가 집을 나가고 없어서 피곳씨와 아이들은 배가 고파 손수 밥을 지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설거지와 빨래는 하지 않아서 며칠이 지나니 집이 돼지우리처럼 더러워졌습니다.

어느 날 밤,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온 집안을 뒤져 음식 찌꺼기라도 찾으려고 씩씩거렸습니다. 그때 엄마가 나타나자 피곳씨와 아이들은 절을 하며 “제발 돌아와 주세요!” 하며 킁킁거렸습니다. 엄마가 다시 집에 돌아온 후부터 아빠와 아이들은 집안일을 하나씩 맡아서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피곳씨는 요리를 하고, 사이먼은 청소를 하고, 패트릭은 설거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자동차를 수리했지요. 요리도, 청소도, 설거지도 나누어서 하니 재미있었습니다. 엄마는 행복했습니다.

돼지가 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좀 황당하지만 우리 집과 비교해 보고 우리 가족은 어떻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가족이 집안일을 나누어함으로써 엄마의 일이 조금만 줄어든다면 많은 엄마들이 차를 수리하는 일 말고도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하는 것이 정서지능(EQ)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정서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능력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서지능이 높을수록 학습능력이 우수하고 주변에 친구들이 많을 확률이 높으므로 성장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정서지능은 사회의 기본인 가정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즉,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꾸준히 발달하는 것으로, 특히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성평등 시대에는 누구나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정서지능을 높이는 데도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통하여 가족 사랑을 느끼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또한 집안일이라는 새로운 공동체경험을 하는 과정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의 지혜와 문제 해결 능력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상황 판단 능력과 한 가지 일에 몰두하게 되므로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 정하여 꾸준히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어느 새 나에겐 부지런한 습관 하나가 생기고, 우리 집에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것입니다.

임기숙<대구용계초등 교사>

▨출처:‘돼지책’(앤서니 브라운 저, 허은미 역, 웅진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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