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사가 소고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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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  발행일 2017-07-24 제29면   |  수정 2017-07-24
[기고] 교사가 소고기냐

교육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교육적 가치에 수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교육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가르치는 교사에 따라, 또 학생에 따라 성과의 편차가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정량적 측정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폐지 논란을 빚고 있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성과급 제도는 이미 교사들을 편 가르는 ‘적폐 1호’로 정평이 나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성과급을 빌미로 교사들과 학교를 신자유주의의 프레임에 가둬놓았다. 한때는 말 잘 듣는 학교를 우수학교로 선별하고 서열화해 학교별 성과급을 분배해주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라 은근슬쩍 없애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계륵’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교육 종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성과급이란 교사를 고기 부위별로 나눈 등급표와 같다. S(특별 등급)·A(중간 등급)·B(하위 등급)로 나눈다. 등급 간 성과급, 즉 S와 B의 성과급 차이는 180만원 이상 된다. 문제는 성과급을 배분하는 방식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거다. 학교에 따라 다르고 각 학교 수만큼 다 다르다. 게다가 성과급을 나누기 위해 성과급위원회를 두는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매년 기준이 달랐다. 기준도 소급적용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성과급을 새해 새 기준으로 배분하는 역적용, 즉 ‘소급 적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저촉되는, 상식을 일탈한 기이한 제도다. 그러니까 성과급을 떡 나누듯 하는데 원칙과 기준 그리고 절차가 무원칙의 제도인 것이다. 신뢰성과 보편성 그리고 상식을 모두 저버린 ‘상식 저 너머’의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필자의 경우 고3 담임을 맡게 돼 수업 시수도 많고 진학 지도로 인해 일반적으로 S등급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4년 만기 후 타 학교에선 통보 받기를 가장 꼴찌인 ‘B등급’이었다. 일관성을 기조로 한 성과급이 아니라 주먹구구식 성과급이 배분된 경우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교무부장이 교무부 교사들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연수 많이 받은 교사 우선’으로 등급을 바꾼 것이었다. 작년 기준이 다르고, 올해 기준이 다른 것이었다.

어떤 학교의 경우 부장이면 당연히 S등급을 주고 담임을 후순위로 두는 학교도 있다. 업무로 따지자면 담임의 수업이 더 많고, 잡무도 더 많을 터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렇게나 대잔치’나 다름없는 ‘아이들 땅따먹기’ 성과급으로 전락한 것이다.

성과급 제도는 이미 행정학의 패러다임에서 고전적 퇴물제도다. 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신앙(?)에 따라 생겨난 것인데 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정권 차원의 단견적 소산물이다. 이 제도는 원래 기업의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정신적 가치인 교육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철갑옷과 같은 것이다. 이렇듯 기이한 성과급 제도를 학교에 이식한 교육부와 정권 담당자들, 한심한 폴리페서들이 교육에 손을 대는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교육은 누더기 옷이 아니다. 교육은 총체성을 띠는 뜨개질 옷이어야 한다. 짜깁기 교육과 땜질식 교육의 장본인인 교육부는 이제 교육정책에서 손을 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교육청도 다르지 않다. 탁상공론과 땜질식 교육정책의 시대는 지났다. 좀 연구하고 공부해서 정말이지 학교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교사들을 편 가르고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을 부추기는 그런 교육정책이어선 안 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하도록 학교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교육정책이 나와야 한다. 황선주 (대구 월서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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