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관광 울릉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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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  발행일 2017-07-24 제31면   |  수정 2017-07-24

울릉도에서 2년 정도 사는 것이 A의 소망이었다. 교사인 남편에게 정년의 마지막 2년은 울릉도에서 근무하자고 졸랐다. 남편의 반대로 그 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울릉도는 며칠 관광할 곳으로는 좋지만 육지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남편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관광지요 문화재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천연기념물을 대하게 된다.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대부분 도동항의 전경에 눈을 고정시킨 채 앞만 보고 완만한 경사의 돌계단을 밟으며 걷는데, 오른쪽 절벽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이 절벽 위 공제선(空際線)에 외로이 서있는 향나무는 수령 2천년의 천연기념물이다.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절벽과 능선은 섬댕강나무와 섬개야광나무의 군락지로 천연기념물 51호다. 이름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는데 댕강나무는 가지가 댕강댕강 잘 부러져서, 야광나무는 흰 꽃이 밤에 빛을 발한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앞에 붙은 개 자는 비슷하면서 같은 종은 아니라는 의미다. 울릉도에서 독특하게 진화한 종에는 대개 앞에 섬 자를 쓴다. 섬잣나무·섬향나무·섬벚나무·섬조릿대 등처럼.

울릉도를 여행하다보면 물가가 대구·경북보다 10~20% 정도 비싸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식당에서 그렇다. 현지의 한 상인이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식당의 주된 손님이 관광객이다 보니 손님을 몰고 온 관광버스 기사에게 사례를 해야 합니다. 사실 식당 주인들은 매우 힘들어요. 관광버스 기사는 월급이 너무 적어 부수입 없이는 못 먹고살아요. 관광회사요? 악덕업자라서 기사들 월급을 조금 주는 게 아니에요. 울릉도에 관광객이 오는 기간은 6개월뿐인데 이때 벌어서 1년 동안 회사를 굴려야 하니 월급을 많이 줄 수가 있나요?”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조금씩 더 지불하는 음식값이나 물건값은 울릉의 관광 산업을 지탱하는 경비의 일부인 셈이다. 육지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을 며칠 관광하기 좋은 명소로 가꿔나가는 데 일조하는 일이다.

오는 31일부터 ‘태고의 신비, 꿈이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울릉도 오징어 축제가 열린다. 저동 부둣가에 커다란 고무함지와 회칼·초장 등 손님 맞을 준비를 해 놓고 앉아서 남편의 오징어잡이 배를 기다리던 울릉 아낙들의 실루엣이 눈에 선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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