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시각장애인聯 소속 복지시설, ‘순환보직 인사’‘프러포절’논란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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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07:29  |  수정 2017-07-25 07:29  |  발행일 2017-07-25 제12면

<사>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소속 복지시설의 ‘순환 보직’과 ‘프러포절 프로그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직원은 인사권을 가진 연합회 측의 일방통행식 지시로 업무 과부화에 걸려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반면 연합회 측은 직원의 자기계발과 복지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연합회 소속 복지시설에서 최근 2년여간 50여명의 직원 중 18명이 퇴직했다. 사회복지계 일각에서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자의든 타의든 퇴직 등 종사자의 잦은 교체는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관리·감독을 맡은 경북도와 포항시는 실상 파악은커녕 장부에만 의지한 관리에 그치고 있다. 도와 시는 연합회 산하 시설에 연간 15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순환보직의 전문성 결여 논란

포항시가 연합회 측으로부터 제출 받은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경북점자도서관·출판사, 경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2015년 이후 임면 현황에 따르면 직원 일부가 업무를 익힐 때쯤 다른 시설로 보직 이동된 것으로 드러났다. K씨의 경우 복지관 입사 몇 개월 뒤 점자출판사로 보직 이동됐으며, 이후 몇 개월 더 일하다 사표를 냈다.

복지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포츠와 여가활동, 사회심리재활, 시각장애인 권리와 인권 향상을 위한 재가복지, 활동지원, 직원재활 등을 돕는다. 점자도서관은 각종 정보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시각장애인에게 다양한 정보와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특수도서관이다. 엄연히 두 시설의 성격이 다름에도 보직 순환이 이뤄지면서 전문성 결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규성 경북점자도서관장은 “복지관, 점자도서관, 이동센터 등 여러 시설이더라도 서비스 형태가 유사한 지역사회재활시설로 규정돼 있다. 시각 장애인에게 교육,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함에 따라 직원의 보직 이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계 “업무 특성상 전문성 필요
잦은 교체는 분명 문제” 지적

연합회 “자기계발·사업유치 위해
프러포절 불가피” 주장

경북도·포항시선 관리감독 허술
입·퇴사 현황도 제대로 파악못해


◆블랙리스트 두려운 종사자

연합회 측은 예산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외부 공모사업 유치를 위한 ‘프러포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러포절은 직원들이 신규 복지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안하는 제도로 직원별로 연간 2회 정도 돌아간다. 복지관 한 관계자는 “복지관이 존치하기 위해서는 외부 공모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러포절은 공모사업을 따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업무가 과다하다며 불평을 제기하는 일부 직원이 있긴 하지만, 포상을 실시하는 등 직원에게 동기부여 및 자기계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경북에서 프러포절을 도입한 곳은 연합회 외에는 없다.

반면 일부 직원은 프러포절에 대해 상당한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직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는 게 전·현직 직원의 말이다. 하지만 연합회 김일근 회장(복지관 관장)은 “모든 직원이 할 수 있는 일(프러포절 프로그램)을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은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 면접볼 때 얘기했던 부분”이라며 모든 책임을 퇴직 직원에게 돌렸다.

한 직원은 “조직 운영에 불합리한 점이 있어도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그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지목하고 있다. 포항의 경우 장애인 복지시설이 40여곳으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복지사들은 연합회 소속 산하 조직은 물론 지역 복지시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재취업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한 전문가는 “대부분 복지관은 회장 또는 이사장의 심복으로 채워져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사표를 받게 할 수 있다”면서 “불이익을 받아도 복지직 종사자는 구제 행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 싫은 데다 업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복지직 종사자를 위해서라도 구제행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경북도, 포항시, 고용노동부 등 복지시설 관리감독 기관이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점투성이 관리 감독

한 해 15억여원에 달하는 도·시비가 연합회 복지시설 직원의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로 쓰인다. 포항시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복지관은 9억5천여만원, 점자도서관·출판소 4억4천여만원, 이동지원센터 1억7천여만원을 지원 받는다. 그러나 경북도와 포항시는 관리·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특히 포항시는 노인복지과가 점자도서관에, 문화예술과가 점자출판소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이원화로 연합회 산하 직원 입·퇴사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지급하는 포항시가 시설 직원 수를 제대로 파악도 않은 채 직원의 급여를 보조금으로 정산했다는 설명이다.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포항시 관계자는 “도서관과 출판소로 나눠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지 몰랐다. 시설 측이 예산 지급 부서에 제공하는 자료를 통해 직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포항에 40여개의 장애인 시설이 있는데, 각 현장을 모두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 알려왔습니다 = 영남일보 7월20일자 9면 ‘한 달에 1명꼴 퇴사, 그 복지시설 뭔일?’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사>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3개 복지시설은 포항시가 내놓은 2015~2017년(4월 말 현재)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경북도 점자도서관·출판소, 경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의 퇴사 현황 자료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정정보도 요청을 해왔습니다. 복지시설 측은 일부 직원이 포항시 자료에는 없는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법인으로 입사했으며, 이에 이 기간 퇴직 직원은 21명이 아니라 1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도서관·출판소 퇴직 직원은 7명이 아니라 3명, 6개월 이내 퇴직한 직원도 5명이 아니라 2명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복지시설의 높은 이직률과 관련해서는 경북연합회만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퇴직자 18명 모두 프러포절 프로그램으로 인해 퇴직한 것은 아니며 결혼·이사·건강 이유로 퇴직한 사람도 있다고 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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