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밝은사람들 기획제작실장 |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수가 대구에서도 1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에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내놓는 이웃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특히 이 가운데 어느 여성가입자는 자신에 이어,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의 이름으로도 가입을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부부의 남은 전 재산까지도 사후에 모두 기탁하겠다는 유산기부를 서약했다고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누구나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몇 년 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우리 회사동료가 A4용지 한 장씩을 나눠주었습니다. 신문기사가 복사돼 있었습니다.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인 ‘꿈터’는 장애인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일과시간 동안 장애인들을 돌본다. 이곳 구정희 대표는 “18세 이상 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생활한다”며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회사동료는 이곳 ‘꿈터’에서 받아 온 후원회 가입용지도 한 장씩 배부했습니다. 그런데 후원금 약정액이 ‘매월 3천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설명했습니다. “우리 이웃을 위해 관심을 갖고 베푸는 실천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다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곳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시설을 위해서 어느 한 사람이 100만원을 불쑥 내놓는 통 큰 기부보다, 1만원씩 내는 100명의 그 마음들이 모이는 게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달부터 우리도 한 달에 3천원씩 이곳 ‘꿈터’를 위해 ‘우리들의 마음’을 모아보면 어떨까요. 몸이 불편한 그들을 응원하는 든든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그날 가입한 동료들은 몇 해가 지난 이달에도 각각 3천원씩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잊고 지냈을지 모르지만 저마다 ‘십시일반’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것이지요.
연말연시에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과 사진이 실리는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도 매우 뜻깊고 소중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내 형편껏 나눔을 실천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윤택해질는지 모릅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00명 가운데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20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상상해 봅니다. 250만 대구시민 가운데 10만명만 한 달에 3천원씩 자동이체로 기부한다면 매월 3억원이라는 큰돈이 우리 주위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값지게 사용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님께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립니다. 지역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모두들 힘들고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오늘 이 신문을 읽고 난 뒤에 053-623-8200에 전화를 해 “나도 매월 3천원씩 후원하겠다”고 신청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가까운 분들께 권해 드리기도 하고. 이러다 보면 어느 날 10만명이 20만, 30만명이 되는 기적이 일어날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꿈터’를 소개한 그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도 사실은 이 제안을 드리기 위해섭니다. 아니 꼭 ‘3천원’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형편대로 ‘2천원’도 좋고 ‘1천원’도 좋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 드리지만 이런 일에 금액의 많고 적음은 절대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회적 체온에 내 마음을 ‘보태느냐’이지요. 기부는 부자들만 하는 선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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