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1000원’도 좋을 것입니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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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  발행일 2017-07-25 제30면   |  수정 2017-09-05
기부는 부자의 전유물 아냐
1천원이나 2천원이면 어떤가
아무도 모르게 자신 형편껏
십시일반 나눔 실천으로도
우리사회 훨씬 윤택해질 것
20170725
이현경 밝은사람들 기획제작실장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수가 대구에서도 1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에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내놓는 이웃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특히 이 가운데 어느 여성가입자는 자신에 이어,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의 이름으로도 가입을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부부의 남은 전 재산까지도 사후에 모두 기탁하겠다는 유산기부를 서약했다고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누구나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몇 년 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우리 회사동료가 A4용지 한 장씩을 나눠주었습니다. 신문기사가 복사돼 있었습니다.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인 ‘꿈터’는 장애인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일과시간 동안 장애인들을 돌본다. 이곳 구정희 대표는 “18세 이상 장애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생활한다”며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시설을 제공한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회사동료는 이곳 ‘꿈터’에서 받아 온 후원회 가입용지도 한 장씩 배부했습니다. 그런데 후원금 약정액이 ‘매월 3천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설명했습니다. “우리 이웃을 위해 관심을 갖고 베푸는 실천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다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곳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한’ 시설을 위해서 어느 한 사람이 100만원을 불쑥 내놓는 통 큰 기부보다, 1만원씩 내는 100명의 그 마음들이 모이는 게 더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달부터 우리도 한 달에 3천원씩 이곳 ‘꿈터’를 위해 ‘우리들의 마음’을 모아보면 어떨까요. 몸이 불편한 그들을 응원하는 든든한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그날 가입한 동료들은 몇 해가 지난 이달에도 각각 3천원씩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잊고 지냈을지 모르지만 저마다 ‘십시일반’을 꾸준히 실천해 온 것이지요.

연말연시에 신문이나 방송에 이름과 사진이 실리는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도 매우 뜻깊고 소중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내 형편껏 나눔을 실천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윤택해질는지 모릅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100명 가운데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20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상상해 봅니다. 250만 대구시민 가운데 10만명만 한 달에 3천원씩 자동이체로 기부한다면 매월 3억원이라는 큰돈이 우리 주위의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값지게 사용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읽는 독자님께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립니다. 지역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모두들 힘들고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오늘 이 신문을 읽고 난 뒤에 053-623-8200에 전화를 해 “나도 매월 3천원씩 후원하겠다”고 신청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가까운 분들께 권해 드리기도 하고. 이러다 보면 어느 날 10만명이 20만, 30만명이 되는 기적이 일어날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꿈터’를 소개한 그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도 사실은 이 제안을 드리기 위해섭니다. 아니 꼭 ‘3천원’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형편대로 ‘2천원’도 좋고 ‘1천원’도 좋을 것입니다. 거듭 강조 드리지만 이런 일에 금액의 많고 적음은 절대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회적 체온에 내 마음을 ‘보태느냐’이지요. 기부는 부자들만 하는 선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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