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휴가문화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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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  발행일 2017-07-25 제31면   |  수정 2017-07-25

바야흐르 여름 휴가철이다. 뜨거운 도심을 탈출하고 힘겨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충전하는 것이 휴가다. 휴가는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시대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집현전 학사들 가운데 뛰어난 자를 선발해 독서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비 일체를 나라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휴가제도인 사가독서(賜暇讀書)제를 운영해 인재를 키웠다. 또 세종은 관노에게 출산휴가 100일을 주고 그 남편 관노도 한 달을 쉬도록 하는 인본정치를 펴기도 했다.

산업화로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우리의 휴가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1970년대에는 강이나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요리해 먹고 강수욕이나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수준이었다. 이때 삼겹살은 돌이나 슬레이트 조각 등에 굽는 것이 유행이었다. 지금은 석면 때문에 슬레이트를 만지는 것도 꺼리지만 당시는 꽤 인기있는 불판이었던 셈이다. 먹었던 뒷자리는 늘 기름으로 오염됐고 쓰레기를 함부로 태우거나 버려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낮았던 까닭이다. 지금은 이러한 풍경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만큼 휴가문화가 달라졌다.

지금의 휴가는 외국행이 주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휴나 명절을 가리지 않고 이름난 외국의 휴양지를 찾아 떠난다.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휴가를 통해 너도나도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독특한 휴가방법도 많이 생겨났다. 호텔을 빌려 꼼짝하지 않고 멍 때리기, 직장 때문에 못했던 취미생활 제대로 하기,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 보기, 그늘에서 수박 먹으며 책 읽는 고전적 휴가나기 등 다양하다. 또 대학생들은 농촌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방학이라는 휴가를 알차게 보내기도 하고 직장인들도 봉사활동으로 휴가를 대체하기도 한다.

휴가기간도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근로자의 권익이 지켜지면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법적으로는 휴가일수를 보장받는다. 기업의 분위기나 승진 등을 감안해 실제 법적 휴가일수를 다 소진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휴가문화가 건전해지고 충실해진 것은 사실이고 다행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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