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더불어 사는 ‘지역’ 속으로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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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  발행일 2017-07-25 제31면   |  수정 2017-09-05
20170725

7월 한 달 동안 사회적경제 주간행사가 대구 곳곳에서 열렸다. 지난 3일 사회적경제 주간행사 기념식을 시작으로 대구 사회적경제인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민과 만나는 행사가 속속 개최되었고, 이번 주만 지나면 막바지에 도달한다.

기념식은 “대구 사회적경제, 지역과 공동체하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비산1동 일대에서 펼쳐졌다. 작년에 달성토성 인근 대신동, 성내동 주민들과 함께한 경험을 살려, 올해에도 소통과 봉사, 주민잔치 순으로 진행되었다. ‘사람 중심의 경제’를 통해 ‘사람을 밀어주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더 어려운 삶의 현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합의하에 의례적 기념식과는 다르게 기획한 것이다. 대구의 700여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대표성 있는 조직들이 모여 이미 두어 달 전부터 행사를 ‘작당’했고, 역할을 나누었다. 그 결과 올해 기념행사는 북비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주민잔치로 하기로, 봉사장소는 취약가구가 많은 지역으로 들어가되 원고개시장을 비롯해 독거어르신 1인가구가 많은 서구 비산1동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에 안면도 없었지만 선뜻 마음을 내준 지역의 통장과 동장, 자원봉사자 분들의 도움으로 지역을 살피고 가구수를 헤아리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일들을 조직하였다. 사회적경제인들은 3일 오전부터 방역, 청소, 벽화 등에 매달리거나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작은 소품과 미숫가루 등의 먹거리를 담은 여름나기 키트를 만들어 가가호호 방문배달하였다. 저녁에는 북비산초등학교 강당에 모여 떡과 고기, 과일 등을 주민들과 나눠먹으며, 북비산초등학교 현악대의 연주를 시작으로 300여명의 주민과 섞여 흥겨운 기념식을 치렀다. 주민들과 함께 참여한 ‘모두’에게 서로 고마운 행사였으며, 나눔의 미덕이 돋보이는 하루였다.

구·군별 사회적경제협의회들이 주관해 각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양각색의 행사도 자체적으로 실행하였다. 중구는 경상감영공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호러(好老)축제’, 남구는 고산골 공룡공원에서 ‘소셜 페스티벌’로 작은 음악회, 동구는 ‘와글와글 착한 장터’와 ‘동구, 혁신도시와 coop 하다’로 혁신도시주민들을 위한 작은축제, 북구는 팔거천변에서 작은 박람회, 달서구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 서화전’과 용산역에서 ‘달서구 사회적경제에 취하다’라는 작은 한마당행사, 수성구에서는 ‘수성구 사회적경제 사람 마을 GO!GO!GO!’ 등을 개최하였다. 구·군별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모여 각기 자신들의 방식으로 구민을 만나면서 공동체적 접점을 찾아 나간 셈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서로 ‘우리’임을 확인하고, 지역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집단적 고민 속에 협력의 ‘힘’과 ‘영감’을 모았다. 행사를 기획하는 초기부터 사회적경제기업 간에 ‘지역’이라는 화두가 떠나질 않았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협의하는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실현해가면서 집단지성의 멋진 결과물을 산출해 낸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안을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의 본뜻을 살려 개별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재화와 서비스만을 생산해온 것을 넘어서 협력과 소통을 ‘생산’하였으며 경제적 생산이 사회적 소통이고, 균열된 사회를 봉합할 수 있는 정치적 의사결정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이번 행사로 주민들의 일상의 삶에 주목하고, 공동체활동의 활력을 얻었으며 협력적 감수성을 더 두텁게 할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인들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일상의 실천 속에서 지역에서 좋은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이웃과 사회라는 기업 밖의 세계를 기업과 긍정적으로 연결하면서 위기의 사회를 소생시키기 위한 연대의 행보를 과감하고도 착실하게 내디뎌야 할 듯 싶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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