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품 층층이 쌓아 만든 분수…“예술은 멀리 있지 않아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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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6   |  발행일 2017-07-26 제22면   |  수정 2017-07-26
대구 봉산문화회관 내달 6일까지 권효정의 ‘오아시스:삶의 분수’
드럼통·서랍장·샤워헤드·그릇…
“일상용품은 삶과 예술의 교집합”
일상용품 층층이 쌓아 만든 분수…“예술은 멀리 있지 않아요”
권효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에는 ‘상상의 분수’가 있다. 작가 권효정이 아트스페이스 ‘유리상자’에 설치한 작품이다. 작품명은 ‘오아시스(Oasis): 삶의 분수(Fountain of life)’. 유리상자에 갇힌 듯하지만, 4면에서 모두 바라볼 수 있어 ‘광장의 분수’처럼 느껴진다. 작가도 광장을 상상하고 분수를 꾸몄다. 실제 분수처럼 물이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뿜어 내리거나, 비스듬히 사선으로 떨어지며 조형물을 훑어 내린다.

작품에 쓰인 오브제는 참으로 다양하다. 드럼통을 비롯해 서랍장, 샤워헤드, 그릇 등이 층층이 쌓여 있다. 식물도 있다. 조화는 물론 생화까지 눈에 띈다. 작가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용품’을 오브제로 사용한 데 대해 “일상용품은 삶과 예술의 교집합이자, 삶 속의 예술을 대변하는 오브제”라고 설명했다. 예술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가 담긴 말이다. 예술이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오아시스라는 타이틀도 비슷한 맥락이다. 작가는 “삶 속의 오아시스가 의외로 가까이 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이 흐른다. 시간에 따라 작품이 변화한다. 식물이 자라거나 드럼통에 녹이 슨다. 관람객에게 낯선 경험을 준다.

작가는 서문시장, 북성로, 칠성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일상용품을 수집했다. 예술가의 시각으로 모은 오브제다.

시장, 특히 서문시장은 작가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타이틀은 ‘멸치’다. 서문시장에서 멸치를 파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아버지 이야기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절절하다. 작가노트에도 “매일 새벽 3시에 울리는 양치질 소리에는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나는 늘 아버지의 책임감과 인내심을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경북대 예술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회화는 물론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 다음 달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분수’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작가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 열심히 책임감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8월6일까지. (053)661-3500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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