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채용 ‘사심없는 AI 면접’ 해외 도입 열풍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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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7 07:33  |  수정 2017-07-27 09:23  |  발행일 2017-07-2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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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기업 운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인사담당자의 경험과 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IBM의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업의 인재 확보 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인재 확보’를 꼽고 필요로 하는 인재를 빠르게 선별해 채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AI)을 면접에 도입해 지원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다. 과거 인사담당자의 경험과 감에만 의지하던 채용이 아니라 AI를 통해 인재를 선별하는 ‘HR(Human Resources)테크’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로봇 ‘페퍼’
입사지원자 자질 평가·채점
애매한 답변엔 ‘좀더 자세히’
시간·비용 줄이고 더 공정해
서류 부적격 18초만에 골라


◆AI가 면접관=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활동으로 고생한 경험이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까?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해 주세요.” 채용 면접 시, 로봇 ‘페퍼’가 지원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채용 컨설팅 업체 ‘탤런트 앤 어세스먼트’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인간형 로봇 ‘페퍼’가 면접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페퍼를 이용한 면접은 입사 지원자들이 사전에 전달받은 QR 코드를 페퍼에게 제시해 신원 확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페퍼와 진행한 면접 내용은 음성과 영상으로 자동 저장되며 음성 답변은 텍스트 파일로 자동 변환된다. AI는 활력, 주도권 등 11개 가치 항목에서 면접 대상자의 자질을 평가하고 채점하기 위한 질문을 자동 생성한 후 이를 입사지원자들에게 제시한다.

지원자의 대답에 “어떻게” “왜”라는 질문이 추가되고 애매한 답변이 돌아오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십시오”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대답이 다 나왔다고 판단되면 다른 질문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들은 서버에 저장되고 입사 후 활약 가능성도 예측한다. 여기에 인사담당자들은 자체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한다. AI에 의한 면접이라고 하지만 현재까지는 면접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면접 과정을 자동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평가에 있어서도 아직까진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AI 면접이 갖는 장점은 면접관이 평가할 시 경험이나 감에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가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관 사이에 발생하는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다수의 지원자를 면접할 경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있어 질문을 미처 다 하지 못한 채 서둘러 합격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단점도 해결해 줄 수 있다.

◆신뢰성 문제 해결해야= AI는 면접과정보다 서류심사 과정에 더 많이 도입됐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의 경우 올해부터 1차 서류전형 심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입사 지원자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시된 주요 질문에 답변을 입력한다. AI는 입력 내용을 분석해 적합한 답변을 했는지, 다른 회사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기 하지는 않았는지를 판별하고 걸러낸다. AI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했는지 ‘OK’ ‘NG’ 등으로 표시해 준다. 인사담당자들은 이 결과를 참고해 2차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채용 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본 NTV에서 AI와 소프트뱅크 인사 담당자들의 서류 전형 검토시간을 비교 실험한 결과, 5명의 지원자 중 부적격자 1명을 골라내는 데 AI는 18초, 인사담당자는 4분27초가 걸렸다. 이렇듯 AI가 채용 과정에 도입되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더 공정해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AI에 의해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375명을 대상으로 ‘AI 채용’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AI채용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48%였다. 이들 중 60%는 ‘경험으로 얻은 인재를 보는 눈을 활용할 수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또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것 같아서’(26.1%),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없어서’(13.9%)를 이유로 선택했다.

AI 전문가는 “현재까지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AI가 완벽하게 인재를 선별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성과를 분석하면 좀 더 정교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선 이런 AI 채용이 빠르게 번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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