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복지시설 이상한 직원 관리법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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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7   |  발행일 2017-07-27 제30면   |  수정 2017-07-27
20170727
김기태기자<경북부/포항>

현대 경영학에서 인적 자원 관리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제니퍼소프트가 대표적이다. 꿈의 직장이라고 불릴 만큼 직원 복지가 우수하다. 사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고, 전문 요리사가 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자녀를 회사에 데려올 수 있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직원의 역량과 능력을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당연히 직원 만족도는 최상이다.

안타깝지만 제니퍼소프트와는 대조되는 예가 포항에 있다. 지난해 경북시각장애인 복지시설과 관련해 제보를 받았다. 복지시설 직원들이 간부의 횡포에 못이겨 퇴사가 잦다는 내용이다. 당시 기자는 구성원 간 다툼으로 보고 취재를 접었다. 그러다 최근 또 다른 제보자로부터 이 시설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e메일을 받았다. 조직 운영의 비합리성과 함께 성추행 문제가 담겨 있었다. 간부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 나갈 때까지 괴롭힌다는 내용도 있었다.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측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프러포절 프로그램은 직원을 복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가 위·수탁 받아 운영하는 복지시설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 수도 당연히 몰랐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그동안 복지시설 직원들이 얼마나 퇴직했는지 관심도 없었다. 감독기관인 도와 시는 연합회 산하 복지시설에 운영비·급여 등의 명목으로 예산을 꼬박꼬박 지급했다. 한 해에만 연합회 산하 시설에 십수억원의 혈세가 지원됐다. 더욱이 시설 내에서 성추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음에도 관리청은 사실조차 몰랐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장을 돌아보지 않은 탓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위·수탁 기관의 인사 등 내부 행정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며 ‘관여할 바 아니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나 경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 운영 위·수탁협약서의 ‘지도 감독’에는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을에게 위탁사무에 관한 필요한 지시나 보고를 하게 하고, 위법 또는 부당사항 발견 시 그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 또는 시정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관리청의 해명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깝다.

연합회 측의 성과위주식 운영방침에도 놀랐다. 연합회는 프러포절 프로그램이 직원의 자기계발과 복지사업 유치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일방 통행식 지시와 업무 과부화 등에 따른 정신적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한다. 이들이 기댈 곳은 없었다. 26일 전 직원이 한 통의 e메일을 보내왔다. 현 회장의 무원칙적인 인사와 만행을 꼭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는 전·현 직원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모든 직원이 할 수 있는 일(프러포절 프로그램)을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은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면서도 ‘불미스러운 행동을 일으켰지만 A씨(성추행 가해자로 의심받고 있는 간부)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직원을 대하고 있다. 시설 수탁자에게 어떤 심정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조직을 운영하는지 묻고 싶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바로잡아야 한다.
김기태기자<경북부/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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