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색깔 이야기] 色에 눈 뜨면 삶이 바뀐다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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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8   |  발행일 2017-07-28 제33면   |  수정 2017-07-28
저마다 고유의 파장과 에너지를 지닌 색
의식주는 물론 심리치료·의학에도 활용
알면 알수록 놀라운 색에 숨겨진 비밀들
20170728
지난해 초 빨간차를 새로 구입한 권정호 화가가 그의 애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는 1년여 차를 몰아보니 “빨간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권정호 화가(73)는 지난해 초 르노삼성자동차의 QM3 레드를 새로 샀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빨간 차를 몰고 나선다는 것이 처음에는 약간 쑥스러웠지만 막상 운전을 해 보니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빨간색을 좋아해서 그림 그릴 때도 빨간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QM3 레드를 보니 제가 특히 좋아하는 약간 톤다운된 빨간색이라서 큰 맘 먹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보니 제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주위 사람들도 빨간 차가 산뜻해서 좋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년이 없는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권 화가는 가급적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젊은 생각으로 생활하고 작업해야 작품도 늘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도 짧게 깎고 파마도 한다는 그는 빨간 차를 산 것도 스스로를 위한 최면의 하나라고 했다.

빨간 차를 모는 남성만이 아니다. 주위를 보면 오랫동안 여성의 색이라 여겨졌던 분홍색 재킷이나 바지를 입는 남성들을 예전보다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남성 옷에 포인트를 주는 와이셔츠 색으로 여겨졌던 흰색의 재킷이나 바지를 입는 남성들도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성이 분홍색이나 흰색 의류를 입는다는 것, 특히 셔츠가 아닌 재킷이나 바지를 착용한다는 것은 연예인이나 최신 감각의 패션리더가 아니면 잘 시도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유행은 바뀌고 있다. 여성 못지않게 컬러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려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 남성복의 유행색으로 분홍이 주목받은 데 이어 올 봄과 여름에도 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브랜드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핫핑크 컬러를 네이비와 매치해 비즈니스 캐주얼 핑크룩을 내놨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분홍색 슈트와 검은색 보머 재킷을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의 의상을 출시했다. 디젤은 남성슈트에 잘 사용되지 않는 분홍색을 적용해 화사한 느낌을 주는 캐주얼 슈트로 시선을 끌었다. 색(컬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색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간파한 패션업체들이 이에 부응하는 패션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파란색, 여성은 분홍색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분홍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파스텔 컬러를 스스럼없이 즐기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남성용 골프용품, 자동차 등에서도 그야말로 시선을 끄는 색상의 제품들이 전방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색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입고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컬러푸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식탁에서 다양한 색을 가진 식품을 접하게 되는데, 천연의 빛깔을 가진 식품을 컬러푸드라 한다. 컬러푸드의 빨강, 노랑, 보라, 검정, 흰색 등의 색깔은 식품의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성분에 의한 것이다. 파이토케미컬은 식품의 색뿐만이 아니라 식품 고유의 독특한 맛과 향을 내고 항산화 작용이나 면역기능 증가 등을 통해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화로운 식생활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컬러푸드가 요긴하다는 것이 식품 관련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암협회는 컬러푸드와 항암효과에 주목해 “하루에 5가지 이상 색깔의 채소나 과일을 먹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며 ‘Five a day’라는 공식구호를 통해 다양한 컬러푸드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색에 대한 관심은 색채 관련 연구소나 기업들이 매년 말 그 다음해에 유행할 색을 제안하고 이를 언론 등에서 대대적으로 다루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유행색이 현재의 사회현상을 반영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나 감정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색채연구소인 팬톤은 올해의 유행색으로 ‘그리너리’를 꼽았다. 그리너리는 노란빛을 띠는 초록색이다. 쉽게 식물의 잎사귀를 생각하면 되는데, 밝고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색이다. 팬톤은 “움트는 봄날의 새싹을 연상시키는 신선하면서 강렬한 옐로 그린색”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팬톤이 올해의 색으로 그리너리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이기 때문에 그리너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담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리너리는 초록과 노랑을 동시에 품고 있는데 이 두가지 색상은 모두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초록색은 자연을 상징하고 생명과 건강을 느끼게 한다. 싹이 트고 새싹이 나오면 천지가 초록이 된다. 특히 사막 한가운데서 초록빛 자연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초록은 물질적·정신적 풍요를 뜻한다. 노랑은 낙관주의의 색이자 태양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명랑하고 쾌활하다. 노랑은 주황, 빨강과 더불어 흥겨운 인상을 준다.

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도 주목받고 있다. 컬러테라피는 ‘컬러’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색채치료라 할 수 있다. 색은 저마다 고유의 파장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색의 이같은 특성을 심리 치료와 의학에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삶의 활력을 키우는 정신요법이다.

일본의 색채전문가인 스에나가 다미오는 저서 ‘색채심리-마음을 치유하는 컬러테라피’에서 “색채치료는 일상생활에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건강법”이라며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크레파스나 물감을 사용해 좋아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좀더 쉽게 컬러테라피를 실행하려면 집안 인테리어에 컬러테라피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색이 가진 기본적인 특성을 살려 일상생활에 활용하면 좀더 활기찬 삶을 즐길 수 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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