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영취산(靈鷲山, 해발 1075.6m, 전북 장수군·경남 함양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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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8   |  발행일 2017-07-28 제38면   |  수정 2017-09-05
들머리서 조금 오르자 바로 1천m 봉우리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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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산봉으로 향하다 돌아본 극락바위.


전국 수많은 영취산 중 最高 봉우리
조금 오르고 긴 내리막 숲길과 계곡
무더운 한여름 산행지로 ‘금상첨화’
25분이면 주차장서 산 정상에 우뚝
덕운봉서 극락바위 지나는 하산 선택
산행 말미의 부전계곡은 ‘화룡점정’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산행지로는 조금 오르고 긴 내리막 숲길이거나, 산행이 끝나는 날머리에 시원한 계곡을 만날 수 있는 산이 최고라 할 수 있다. 조금 오르고 긴 내리막의 숲인데다 마지막에 시원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가 딱 그런 곳이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무룡고개에서 조금만 오르면 1천m가 넘는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되고, 이후는 대부분 내리막이다가 마지막 하산지점에서는 사시사철 청정한 부전계곡을 만나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영취산(靈鷲山). 전국에 영취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 등줄기를 이루는 백두대간 상에 위치한 장수군과 함양군 경계에 있는 영취산이 최고 높은 봉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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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서 만난 조각상.

하산지점이 되는 부전계곡에 며칠 전 폭우가 내렸다는 사전 정보를 접한 터라 계곡을 건너면서 갈아 신을 여분의 신발을 배낭에다 챙겨 넣고 무룡고개 주차장 왼쪽 벽계쉼터 방향으로 계단을 오른다. 도로를 가로질러 벽계쉼터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계단이 들머리가 된다. 구름이 낀 하늘이지만 습도가 높아 잠시 오르는 동안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린 땀이 전신을 적신다. 가파른 구간에는 대부분 계단을 만들어두어 어렵지는 않은데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쳐올리는 통에 숨을 고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보통의 산행에서 첫 번째 휴식은 몸에 충분히 열이 나고 적절한 심박수가 올라오는 20~30분을 기준으로 하는데, 잠시 쉬어갈 장소를 찾다보니 저만치 앞에 정상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영취산 정상까지는 25분 정도면 도착 가능하다. 정상에는 백두대간 주능선임을 알리는 로고와 현재 위치의 좌표를 새겨 넣은 표석이 세워져 있다. 오르던 길에서 오른쪽이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지리산 방향이고, 왼쪽이 진행할 덕유산 방향이다. 이 지점에서 가지를 뻗어 북으로 운장산, 대둔산,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과 남으로 내장산, 추월산, 무등산을 거쳐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호남정맥이 분기하는 갈림길이다. 맑은 날이면 멀리 덕유산까지 조망이 되는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구름에 가려 분간이 어렵다. 진행은 왼쪽 ‘육십령 11.8㎞’ 이정표 방향의 내리막길로 들어서야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팀들이 매어둔 리본이 촘촘히 걸려있고, 길섶에는 듬성듬성 산죽이 보이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 좌우로 빼곡히 메운 산죽 길을 걷게 된다.

15분쯤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니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안부에 닿는데 왼쪽 전라도 장수와 오른쪽 경상도 함양을 잇는 최단거리 고갯마루 고사리재다. 이정표도 없고 희미하게 남은 길의 흔적이 있을 뿐이다. 완만한 오르막이다가 평지 같은 편안한 길이 반복되며 10분 정도 지나니 왼쪽으로 ‘논개생가 4.6㎞’로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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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은 물웅덩이 등이 많고 수량이 풍부해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왼쪽 아래 장수 땅에서 태어나 오른쪽 함양 땅에 묻힌 충절의 여인 주논개를 잠시나마 떠올리며 쉬어간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종주산행 팀들이 한 무리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산길을 이어간다. 10분쯤 걸으니 ‘민령 5.3㎞’ 이정표가 세워진 지점에서 종주산행 팀들은 왼쪽 숲으로 숨어든다. 이 지점에서 백두대간은 민령을 지나 육십령, 덕유산으로 이어져 남쪽 끝 지점인 진부령까지 계속된다. 작은 오르막을 오른다. 시야가 터지면서 지나온 영취산 정상 일대와 능선이 한눈에 들어차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덕운봉이라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능선이 지리산이겠거니 눈으로 가늠하고는 이어지는 길을 찾는다. 방향은 올라오던 길 정면의 바윗길을 지나야 하지만 누군가 친절하게도 왼쪽으로 5m만 내려가면 돌아가는 길이 있다고 안내를 한다. 왼쪽 아래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아나가니 덕운봉에서 바로 내려오는 바윗길과 만난다. 여기서 6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작은 봉우리에 닿는데 이 지점에서 주의를 해야 한다. 진행 방향에서 직진하면 곧장 부전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고, 왼쪽 숲 사이로 살펴보면 리본 몇 장이 걸린 좁은 길이 보이는데 이것이 극락바위를 지나 하산하게 될 길이다. 잠시 가파른 길이다가 이내 완만해지는데 10분 정도 지나니 소나무 숲 아래에 넓은 공터가 있다. 지도상에 894m의 봉우리인데 그 왼쪽 아래로 우람한 극락바위가 보인다. 극락바위까지는 약 50m 거리인데 내려갔다가 이 지점까지 되돌아와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면 된다. 어떻게 붙여진 이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른쪽으로는 절벽을 이루고 있고, 덕유산 방향으로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곳이다.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능선을 따르면 첫 번째 안부를 만난다. 정면으로 직진하면 제산봉을 지나 부전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능선길이고, 오른쪽으로 틀어 계곡으로 내려가면 부전마을 상류 부전계곡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서니 고사한 소나무에 누군가 조각을 하고 글씨를 새겨두었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살려 익살스러운 표정의 조각으로 산객의 눈길을 끈다. 산허리를 돌아난 길이라 가파르진 않지만 습기를 머금고 있어 미끄럽다. 계곡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바람이 없어 후텁지근하다. 꾸준히 40분을 내려서니 물소리가 제법 청량감을 주는 계곡을 만난다. 계곡 최고 상류에서 맛보는 물맛을 어떻게 설명으로 다할 수 있을까.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여러 번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염려와는 다르게 물이 많이 빠져있어 미리 준비한 여벌 신발로 갈아 신을 필요는 없었다.

10분 정도 더 내려가니 부전계곡의 큰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 지점이다. 여기에서부터는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르게 된다. 오른쪽으로 작은 물웅덩이와 못 등을 만나게 되는데 어김없이 삼삼오오 피서객이 앉아있다. 거기다가 알록달록한 복장의 산객까지. 지도상에 용소(龍沼)로 표기 되었는데 용소를 찾다가 그냥 지나치고 20여분 만에 부전마을 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장 부근에는 적절한 높이의 사방댐을 막아두어 자연스럽게 풀장이 만들어졌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를 식히는 피서객이 빼곡하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무룡고개 주차장-(25분)-영취산 정상-(25분)-논개 생가 갈림길-(10분)-민령 갈림길-(10분)-덕운봉-(6분)-부전계곡 갈림길-(20분)-극락바위 갈림길-(10분)-안부 갈림길-(60분)-부전계곡 임도-(20분)-부전마을 주차장

단체로 산행계획을 잡으면 백두대간 주능선상의 영취산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로 오른 후 대부분 내리막길을 걷게 되어 크게 힘들지 않은 코스를 잡고, 개인 승용차로 간다면 부전계곡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한 바퀴 되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잡으면 원점회귀가 가능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소개한 코스는 약 6.5㎞ 남짓한 거리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대구에서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따라 함양JC까지 간 다음 통영대전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장수TG를 빠져나와 좌회전으로 19번 국도를 따라 계남면소재지 화음삼거리에서 좌회전, 장안교차로에서 좌회전으로 대곡교차로까지 간다. 대곡교차로에서 743번 지방도로를 따라 우회전으로 길을 잡아 약 4㎞를 가면 무룡고개 주차장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92-10(무룡고개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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