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2017 프리폴 컬렉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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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8   |  발행일 2017-07-28 제40면   |  수정 2017-09-05
여성스러움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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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가 2017 프리폴 컬렉션에서 보여준 여성의 보디실루엣을 살린 재킷과 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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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의 2017 프리폴 컬렉션에서 소개된 의상. 쿨하면서도 깜찍한 여성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아침저녁으로 내리는 장맛비에 무더위까지 여름이 점점 깊어가고 있지만, 패션계에는 이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가을·겨울 컬렉션의 전초전이자 실용적이고 데이웨어로 활용도가 더 높은 옷을 선보이는 프리폴 컬렉션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 프리폴 컬렉션의 경우 브랜드에서는 메인 컬렉션보다 판매율이 높은 효자 컬렉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패션계에서도 예전같이 판타지만 지향하는 아이템을 많이 찾아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상업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아래 디자이너들은 현실에서도 쉽게 착용 가능한 옷을 제작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이 가기 쉬워야 하고, 상업적이고 웨어러블한 라인이 실제 트렌드의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은 듯하다. 보기에는 예술성 깊고 아름답지만 과연 실제 생활에서 입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쇼’를 위한 아이템이 아니라, 현실에서 입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상업적인 아이템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패션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시즌 컬렉션이 아니라 그다지 유행을 타지 않는 베이직한 아이템과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쇼핑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패션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이러하다보니 수많은 패션하우스가 프리폴 컬렉션에 힘을 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단순히 룩 북 촬영으로 대체하거나 소규모 패션쇼 영상을 통해 공개하던 프리폴 컬렉션이 최근에는 광고 캠페인을 따로 제작할 정도로 비중이 더해졌으니까 말이다.


최근 트렌드의 리더로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구찌 하우스는 얼마전 2017 프리폴 광고 캠페인 ‘Soul Scene’을 공개했다. 서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아티스트 말리크 시디베의 초상화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과 춤을 즐기는 흑인 청년들을 촬영해 흑인의 강인함과 흥이 많고 활기찬 모습을 표현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예술, 춤을 통해 사회 관습에 도전하는 남녀 모델의 화려한 몸짓과 자기 표현을 담은 다이내믹한 분위기가 인상에 남는다.

FW시즌 전초전 성격의 프리폴 컬렉션
베이직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무장
‘쇼’ 아이템 아닌 쉽게 착용 가능한 옷들

길고 타이트한 재킷·팬츠 선뵌 지방시
니트 원피스로 깜찍함 강조한 미우미우
발렌티노 시스루 롱드레스‘여성미’무게


◆예술적 감성 넘쳐

가을에 어울리는 예술적 감수성에 취한 우아한 여성들을 떠올려 보자.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2017 프리폴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파리의 예술을 상징하는 장소, 리츠호텔에서 일어날 만한 문화적 패션 신을 그려냈다. 패션계를 리드하는 파리의 여성들이 리츠호텔에서 품격있는 식사를 할 때 입었던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듯 샤넬의 2017 프리폴 컬렉션의 테마 역시 ‘파리 코스모폴라이트’이다. 허리라인을 강조하고 종아리를 덮으면서 볼륨감을 살린 실루엣은 여성의 보디 라인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플리츠와 자수, 깃털, 크리스털 등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디테일 역시 예술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편 샤넬과 함께 파리 패션을 주도하는 브랜드인 디올은 19세기 파리 스타일을 재현하는 듯했다. 당시 프랑스 문화계에 큰 획을 그었던 시인 샤를 보들레르와 독일계 철학가 겸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근대문명의 화려한 근거지라 불렸던 파리로 향했을 정도로 파리는 문화의 중심지였다. 파리 스타일은 옷 입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창의성을 보여주던 보헤미안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틀에 박힌 예술 방식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로우면서도 로맨틱한 저항정신과 영적 태도로 스트리트 아트를 완성한 그들. 디올 하우스는 현대적인 도시생활 리듬에 익숙하되 언제 어디서나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니크한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 듯하다. 캐주얼한 진이나 하이네크 스웨터와 같은 아이템에 디올의 전통적인 아이콘인 바 슈트를 매치하고, 창립자 무슈 디올이 사랑한 그레이와 블루컬러를 가미해 후프케이프와 같은 트렌디한 아이템을 제작했다.

영국 출신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그녀의 고국인 영국의 유명 코믹 만화 ‘더 댄디’ 시리즈의 주인공을 2017 프리폴 컬렉션의 테마로 선택했다. 만화 속 익살꾸러기 주인공 캐릭터를 프린트한 팬츠 슈트와 드레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여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가을 쇼핑 리스트

2017 프리폴 컬렉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성스러움’이다. 루이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번 프리폴 컬렉션을 통해 그간 브랜드가 추구해왔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이미지를 재해석한 듯했다. 실루엣에서 변화를 주면서, 동시대 여자들에게서 완벽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남성미를 살짝 가미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디테일을 최소화한 것이다. 우아한 피코트와 비대칭 라인 스커트는 딱히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랫동안 두고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블랙 앤 화이트 컬러의 블로킹으로 시선을 끈 컬렉션도 있었다. 질 샌더는 그야말로 ‘도시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과장된 형태와 볼륨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특정한 형태를 갖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즉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는 실루엣을 제작한 것이다. 비대칭 커팅이 돋보이는 니트웨어, 오버사이즈 셔츠, 와이드 팬츠 등 블랙과 화이트의 색상으로 완성된 프리폴 컬렉션은 지적이면서도 강인한 이미지의 여성상을 대변한 듯했다. 클래식한 체크 트렌치 코트와 화려한 프린트의 양말, 가죽소재의 모자 등을 매치한 프라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극도의 여성스러움을 뽐내고 싶다면 지방시의 2017 프리폴 컬렉션을 주목하자. 여성의 보디 실루엣을 잘 살린 길고 타이트한 재킷에 풍성하게 주름 잡은 팬츠를 매치한 룩이 대표적이다. 발렌티노가 내놓은 시스루 소재의 롱 드레스는 스트리트까지 장악하는 위시리스트 첫 번째 아이템이 됐다. 여성미 가득한 니트 원피스에 오버사이즈의 야구점퍼와 스냅백을 위트있게 매치한 미우미우도 쿨하면서도 깜찍한 여성의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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