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인물 - 이 세계] 박종락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 대표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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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9 07:36  |  수정 2017-07-29 07:36  |  발행일 2017-07-29 제8면
스타벅스는 시작…문경 오미자를 세계로 퍼뜨리는 사나이
<이 사람이 사는 세계>
[토요인물 - 이 세계] 박종락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 대표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에서 개발한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종락 대표.

‘외국인에겐 아직 생소한 오미자 제품을 팔기 위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사나이’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끝내 성공시키는 의지의 사나이’.

문경 오미자를 글로벌 상품화해 전 세계에 팔아보겠다고 나선 박종락씨(57)에 대한 인물평이다. 박씨의 공식 명함은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 대표이자 문경오미자체험촌 촌장. 문경에서도 가장 오지인 동로면 생달리는 그의 고향이자 꿈을 실현시켜 줄 무대가 되고 있다.

경기도서 학원 운영하다 귀향
한 공무원 만나 영농조합 설립
음료 등 오미자 제품 24종 생산
연간 2만명 방문 체험촌 건설

中·日·弗 등 수출 불발됐지만
스타벅스에 찾아가 음료 개발
“오미자 시장 살렸다는 자부심”

◆귀향 : 오미자를 만나다

박 대표는 경기도 부천에서 입시·영어 전문학원을 30여년간 운영했다. 수강생이 몰려 제법 돈도 벌었다. 이런 그가 고향에 자리를 잡고 오미자산업에 손을 댄 것은 우연한 계기와 열정적인 공무원과의 만남 덕분이다.

우연한 계기는 일본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고향에 학습관을 짓고 귀향생활을 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박 대표는 1990년 고향인 동로면에 2만여㎡의 산을 매입했다. 당시 그의 고향은 오지답게 비포장도로에 버스만 겨우 다녔다. 나중에 귀향해 살 생각으로 생달리에 터를 다듬고 식당을 지었다. 문경에 없는 시설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을 거란 생각에 수영장도 만들었다. 식당은 고향 어머니의 손맛까지 더해지면서 여름 한철 영업이었지만 제법 성황을 이뤘다.

늘 귀향을 꿈꾸던 그는 2006년 문경이 오미자특구로 지정되자 오미자체험촌을 건설하고 오미자산업에 본격 뛰어든다. 이때 만난 공무원이 문경시농업기술센터 이우식 오미자 담당이다. 이 담당은 자나깨나 오미자에만 매달리던 열정맨. 두 사람의 열정은 오미자체험촌 건설과 오미자밸리영농조합 설립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운도 좋았다. 웰빙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오미자체험촌을 찾은 도시민들이 최고 품질의 오미자 맛을 알게 되고 재주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 현재 오미자체험촌은 10동의 숙박시설, 세미나실, 수영장, 잔디족구장, 가든파티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비누 만들기, 염색 등 오미자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이 가능해 연간 2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고 있다.

오미자영농조합은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제안으로 ‘부자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응모하면서 2009년 9명의 주민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박 대표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자리 잡게 됐다. 2010년 오미자 가공공장을 준공하고 부설 연구소를 통해 제품개발과 품질향상에 힘을 쏟았다. 두메산골의 작은 업체로서는 과분한(?) 인력과 시설을 투자했다.

[토요인물 - 이 세계] 박종락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 대표

◆수출 : 오미자를 살리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만 했다. 국내 시장의 한계에 부닥치고 오미자의 특성상 겨울 매출이 전혀 없는 탓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2011년 중국 상하이 식품박람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계약서까지 작성했지만 수출이 불발됐다. 오미자가 보건식품으로 분류돼 중국에서 수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바이어가 찾아왔지만 역시 의료약품으로 분류돼 무산됐다. 프랑스의 경우 바이어들이 선호했지만 오미자의 오묘한 맛을 자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어 고민하다 결국 호기심으로 끝나고 말았다.

“수출을 못해 크게 실망했지만 오미자의 기능이 워낙 뛰어나고 맛이 훌륭해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박 대표는 2014년 아들 덕을 보게 된다. 무역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시애틀의 스타벅스 본사 건물을 본 아들 성중씨(34)가 반드시 한국스타벅스를 노크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온갖 노력 끝에 스타벅스 측의 인정을 받아 오미자 음료 개발로 이어진다. 지난해 3월 첫 납품을 해 완판과 추가 생산으로 이어지는 대박을 터뜨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2011년부터 박 대표는 중국·일본·대만·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뉴질랜드·호주 등 오세아니아, 영국·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미국·캐나다·브라질 등 아메리카 대륙,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으로 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다. 캐나다·싱가포르 등 5개국에는 오미자제품이 수출됐고 10여개국은 수출이 진행 중이다. 산골에서 그 흔한 자치단체의 도움도 없이 홀로 수출길을 개척해 얻은 결과였다. 오미자영농조합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청 5종, 음료 17종, 식초 2종 등 모두 24종류다. 그는 최상의 원료와 최고의 기술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문경오미자는 한때 공급과잉이라는 소문에 값이 떨어지고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올해 13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를 확보할 계획인 박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으로 오미자 소비를 크게 늘려 죽어가는 우리나라 오미자 시장을 살렸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20개국 이상 수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보는 박 대표는 “원료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원료공급 시설인 원물종합처리공장의 정부 차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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