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책을 읽음으로써 옛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다(讀書尙友)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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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31 07:51  |  수정 2017-09-05 11:43  |  발행일 2017-07-31 제18면
20170731

올해는 대구의 기온이 매우 높고 밤낮으로 무덥습니다. 더위를 피해 도서관에 갔더니 이미 젊은이들로 가득 찼습니다. 모두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소서(素書)의 책에 적힌 ‘야박하게 베풀고 나서 후덕하게 바라는 사람에게는 보답이 없다. 몸이 귀하게 되고 나서 천박했던 시절을 잊은 사람은 절대 오래 계속하지 못한다’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잘사는 나라입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하여 책을 읽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세수 대야에 물을 떠서 발을 담그고 부채 바람에 땀을 식혀가며 열심히 책장을 넘겼던 지난날이 생각납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윗대 선조들의 공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동몽수지에 나오는 조중봉(趙重峯)은 어릴 때부터 배우기를 좋아하여 옷이 해지고 신발이 없어도 스승을 좇아서 비바람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이 되어 벼가 익을 무렵이면 밭고랑 사이에서 밤낮없이 참새를 쫓느라고 모기에 물려가면서 책을 낭랑하게 읽었습니다. 동네 학동들이 쫓아와서 함께 큰 소리로 글을 읽곤 했습니다. 밤이 깊어 같이 있던 학동들이 모두 누워 잠이 들어도 달빛에 글자를 더듬으며 글 읽기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잠이 살포시 들었다가도 첫 닭이 울면 다시 일어나서 글을 읽었습니다. 소에게 풀을 뜯어 먹일 때도 한 손에는 고삐를 잡고 다른 손에는 책을 펼쳐들고 풀밭까지 가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삿갓 밑에다 책을 펴놓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또 매일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해 가지고 저녁 어스름에 돌아와서는 부모님의 방에 군불을 지피면서도 불빛에 책을 비춰보곤 했습니다. 논밭의 두둑 사이에 책을 얹는 시렁을 만들어서 잠시 쉴 때도 책을 읽었습니다.’ 조중봉은 교과서에 나오는 조헌(趙憲)의 호입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금산전투 때 700명의 의사와 함께 전사한 의병장입니다. 맹자에 ‘독서상우(讀書尙友)’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책을 읽음으로써 옛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맹자가 제자 만장에게 일러줍니다. ‘한 고을의 착한 선비일 경우에는 한 고을의 착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고, 한 나라의 착한 선비일 경우에는 한 나라의 착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며, 또 천하의 착한 선비일 경우에는 천하의 착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어라. 그리고 천하의 착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는 것이 만족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또 옛 사람을 향해서 논평하고 벗을 삼아라. 그 사람이 지은 시를 낭송하며, 그 사람이 쓴 책을 읽고서도, 그의 사람됨을 모른대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옛 사람의 시대를 논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곧 옛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독서(讀書)’이고, 옛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는 것은 ‘상우(尙友)’입니다. 더운 여름에 최대의 피서는 책을 읽고 옛 현인들과 벗이 되는 것입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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