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폭염도시 대구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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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31   |  발행일 2017-07-31 제31면   |  수정 2017-07-31
20170731
배재석 논설위원

인간의 탐욕에 대한 하늘의 경고인 듯 지구촌이 온통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는 테러·식량·양극화와 함께 유엔이 지정한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4대 과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온난화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반도는 유달리 그 속도가 빠르다. 전 지구적으로 100년 동안 0.75℃ 오르는 동안 대구·서울 등 국내 6대 도시는 2배가 넘는 1.8℃나 올랐다. 특히 폭염은 인류를 위협하는 소리 없는 재앙으로 다가온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 연구팀이 지난달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살인폭염의 국제적 위협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 증가할 경우 2100년 서울은 67일간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폭염은 이제 여름 한반도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폭염하면 역시 대구다. 지난 13일 경주의 최고기온이 39.7℃를 기록하면서 1942년 7월13일 대구가 세운 7월 중순(11~20일) 한낮 최고기온 기록을 75년 만에 갈아 치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폭염도시의 대명사로 통한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밝힌 지난 30년간 연간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 33℃ 이상)를 보더라도 대구는 24.4일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폭염일수는 무려 32일, 열대야는 14일에 달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100년에는 대구의 폭염일수가 42.2~87.6일로 최대 4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름철만 되면 찜통더위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폭염도시 대구에 대한 이미지가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프리카’라는 애칭은 ‘컬러풀대구’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전국적인 브랜드가 됐다. 심지어 인터넷 국어사전에는 대구 사람들의 전국 최고 더위에 대한 자부심을 상징하는 ‘더부심’이라는 단어까지 올라있다. 최근에는 대구의 폭염을 자산으로 삼아 폭염대응 선도도시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학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어 고무적이다. 지난 27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폭염을 피해 탈출하는 도시에서 폭염을 즐기러 오는 도시로 관광 자원화해보자는 역발상은 축제분야에서 이미 시작됐다. 올해 역대 최대 110만명의 관람객이 몰린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우리나라 대표 여름축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대구국제호러페스티벌, 대구워터페스티벌, 대구포크페스티벌 등을 연계하고 더위체험 등 폭염도시의 이미지를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여름축제가 될 게 틀림없다. 외국의 경우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으로 유명한 중국 신장자치구 투르판이 폭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40℃가 훌쩍 넘는 살인적인 폭염에도 여름철이면 하루 3천명 이상의 폭염체험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폭염완화 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구는 다양한 폭염대응산업 육성에도 안성맞춤이다. 땀을 효과적으로 증발시켜 피부 온도를 낮추는 쿨섬유는 대구의 첨단 섬유기술을 활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건물 옥상에 흰색 차열 페인트를 발라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 건축물의 외벽 단열성을 높이는 쿨월, 기존 아스팔트 도로에 기능성 특수도료를 칠해 표면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주목받는 분야다. 나아가 폭염 관련 제품과 기술·서비스를 소개하는 대구폭염산업박람회를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과 연계해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폭염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기상재해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많은 자연재해다. 따라서 단기처방 못지않게 체계적인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지역학계에서 동남권 폭염연구센터 설립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울산은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달 전국 최초로 폭염연구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예산도 9년간 45억원을 지원받는다. 인천시도 지난 5월 기후·환경 총괄기구인 인천기후환경센터를 설립했다. 대구시가 중장기적인 폭염대책 수립과 관련 산업 육성에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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