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검찰개혁,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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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2   |  발행일 2017-08-02 제31면   |  수정 2017-08-02
[영남시론] 검찰개혁, 제대로 하자
여상원 변호사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검찰개혁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였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검찰개혁 문제가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새로이 집권한 쪽은 자신들이 전 정권 하에서 정치적 핍박을 받았고 여기에 검찰이 이용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진보와 보수 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심해진다.

또한 양 진영 간 싸움에 검찰이 동원된 것은 검찰의 힘이 너무 세서 그렇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일정 부분 맞는 말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힘이 센 것은 일반 국민에 대한 것이지 정치권력에 대해서도 세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검찰이 집권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하는 것을 보면 누가 검찰의 힘이 정치권력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으랴. 검찰이 정치권력에 약한 것은 정치권력이 검찰 인사를 무기로 검찰을 통제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상명하복 관계로 되어 있고 피라미드 조직으로 되어 있는 현 체제 하에서는 승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맡은 일만 열심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것이다.

이러한 조직체계와 인사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기소편의주의의 손질,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신설 등으로 검찰개혁을 하자고 한다. 그 말대로 수사권을 검찰에서 떼내어 경찰이든 제3의 기관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경찰 또는 제3기관의 인사권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결국 검찰이 중립적으로 되려면 정치권력이 검찰인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검찰인사의 독립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즉, 정치권력이나 집권자가 검찰인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권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다면 다음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찰권력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이라 하면 위에서 언급한 정치검찰에 대한 개혁만 생각하는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힘없는 민초에 대한 검찰권의 과대하고 자의적인 행사가 개혁의 대상이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이에 더하여 기소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기소편의주의)까지 가지고 있다 보니 수사대상인 사람의 입장에서 검사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무고함을 호소하더라도 일단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어 검사가 부르면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어도 검찰청에 나가야 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출국금지가 되어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해외 출장도 제대로 못 가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권에 휘둘리다가 무혐의가 되든지 나중에 무죄가 되더라도 힘없는 국민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이미 자신의 인생은 망가지고 기업은 망했는데도 말이다. 반면에 정말 피해를 입어 범인을 고소했던 사람도 잘못된 검찰권의 행사로 인하여 법망을 피해가는 미꾸라지를 눈앞에 두고 보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 모양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이러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재량권에 대한 개혁이 없다면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검찰개혁 이야기는 구두선에 불과하다고 느낄 것이다. 검찰 인사의 독립이 정치권 그들만의 이야기라면,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개혁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을 괴롭힌 검찰 문제를 검찰개혁의 모두인 것처럼 다룬다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을 위한 개혁은 누가 이루어 주는가.

새 정부에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것은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국민을 제발 주인으로 대접하여 줄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정치인과 법학교수 또는 검찰 고위직만 참여하지 말고 검찰권의 행사에 의하여 피해를 보았다는 국민들과 이들을 변호하였던 변호사들도 참여를 하여 진정한 검찰개혁을 논의하여야 한다. 이에 대하여 중구난방이 될 것을 염려하는 분도 있을 것이나 원래 중구난방이 민주주의와 본질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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